산불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날씨는 점점 더 건조해지고 강풍은 빈번해지면서,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산림은 단지 자연 경관에 그치지 않는다. 산림은 수많은 생명체의 터전이며,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방과 조기 대응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적극적 활용이다. 이미 우리가 가진 기술로도 산불을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산림 현장의 특성과 지역 환경에 맞춰 기술을 최적화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림의 상시 감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드론, 위성, 열 감지 센서, 폐쇄회로(CC)TV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면 광범위한 산림 지역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드론은 접근이 어려운 험지와 산악 지형 점검에 적합하며, 열 감지 센서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초기 발화 지점을 포착하는 데 탁월하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면 연기나 불꽃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즉시 경고 신호를 전송하여 초동 대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예방과 감시를 넘어, 산불 예측 기술의 활용도 중요하다. 기온, 습도, 바람의 방향과 속도, 산림 상태와 식생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산림청과 지자체, 소방 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위험 지역에 선제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 예측 모델은 과거 산불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안전한 진화 또한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소방 로봇, 자동 분사 시스템, 무인 항공 진화 장비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제 재난 대응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중심축이 되고 있다.
산불 피해는 해마다 커지고, 대응 골든타임은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재난을 예측하고, 감시하며,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준비된 기술로 우리 숲과 삶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이며, 그 실천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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