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재임 중 집무실 책상에 뒀다는 팻말이다.
이 문구는 대통령으로서 신중히 결정하며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트루먼은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미주리주의 한 작은 도시 농부 출신으로 고졸 학력이 전부인 그를 지켜보는 눈은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이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초인적 책임을 갖는 지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트루먼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를 증명해냈다. 그는 평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자주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상록'은 스토아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그는 "옳은 일이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진실이 아니면 말로 옮기지 말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성찰과 인내, 책임감을 실천했다.
스토아 철학의 열렬한 옹호자이자 계승자인 라이언 홀리데이의 신작 '정의 수업'은 스토아 철학 4부작 중 세 번째 책이다. 전 세계에서 다시 '정의'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이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이면서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홀리데이는 100만부 이상 판매된 '데일리 필로소피'를 비롯한 여러 대중적인 철학책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찌든 현대인에게 스토아 철학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사상가이자 레슬링에 심취했던 로마 철인 황제였다. 그러다 어느 날 운동에만 빠진 자신을 꾸짖으며 공정함과 선의를 지키는 일에 더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오늘날 정의라고 하면 사람들은 '품위'나 '의무'가 아니라 '법률제도' '변호사' '정치'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정의는 "나만 아니면 돼"라고 말하는 개인의 이기심과 "어차피 안 바뀌어"라는 냉소를 넘어 선의와 연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재해석한다. 세상의 부조리에 끌려다니지 않고 타인에게 더욱 관대해지며 더 좋은 삶을 지향하는 철학 실천법을 제시하면서 불의의 시대에서 굳건히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향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