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떠안는 양도세
양도가액에 합산하기로
세금 2배 급증하게 돼
사실상 손피거래 차단
정부가 과열됐던 분양권 시장 옥죄기에 나섰다. 분양권 거래 때 활용되는 속칭 '손피거래' 관련 양도소득세를 대폭 높이기로 한 것이다. 손피란 '손에 남는 프리미엄'의 약칭으로,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세를 매수자가 대신 부담하는 조건의 거래를 말한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의 해석 변경에 따라 손피거래 양도가액 산정 방식이 변경됐다고 25일 밝혔다. 가령 일반 분양권 거래에선 12억원 분양권을 1~2년 보유했다가 17억원에 파는 경우 매도자가 매각 차익인 5억원에 대해 양도세 3억2800만원(양도세 중과세율 66%)을 부담한다.
하지만 손피거래로 진행돼 매수자가 양도세 부담을 지게 되면 세금이 더 커진다. 양도세를 양도가액에 합산한 금액 기준으로 다시 한 번 양도세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며 자녀가 내야 하는 증여세 부담을 대신 지면 세금이 추가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따라서 위와 동일한 액수의 거래라면 매수자는 분양권 매각 차익 5억원에 대한 1차 양도세 3억2800만원과 3억2800만원에 다시 양도세율 66%를 적용한 2차 양도세까지 약 5억45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매수자가 이 분양권을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22억4500만원에 이른다.
신규 주택 공급 때문에 분양권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이 같은 비용 부담에도 손피거래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손피거래 과세 방식 변경으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 부담이 2배가량 늘게 돼 분양권 시장에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바뀐 계산 방식에선 매수자가 대신 부담하는 양도세 전부를 양도가액에 계속 합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2차 양도세까지 더한 양도가액에 66%의 세금을 부과하면 양도세는 6억8800만원으로 또 늘어나고, 이 과정을 양도세가 실질적으로 '0'이 될 때까지 십수 차례 반복하면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와 지방세는 9억66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종전보다 2배가량 증가한 액수다. 이번 손피거래 양도세 계산 방법 변경으로 '다운 거래' 같은 불법 거래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