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판도를 뒤바꿀 지구촌 곳곳의 혁신 요충지, 신간

1 week ago 3

<혁신의 지리학> /비즈니스북스

<혁신의 지리학> /비즈니스북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열풍 속에서 대다수는 내일 어떤 기업의 주가가 오를까 하는 근시안적 질문에 매몰돼 있다. 그렇게 당장의 시세 차익만 좇는 순간, 미래를 읽는 안목은 흐려진다. 부(富)는 세상의 권력을 쥘 결정적 혁신이 어디서, 왜 탄생하는지를 감각하는 소수의 품에 안기기 마련이다.

<혁신의 지리학>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계 경제의 다음 판도를 추적하는 책이다. 기술 트렌드를 나열한 투자 안내서가 아니라, 기술적 역량과 문화적 영향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때 한 국가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혁신을 만들어내는지 탐색한 기록에 가깝다.

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이 태동하면, 이를 중국이 베껴 살찌운다는 오랜 통념을 거부한다. 독보적인 혁신 생태계를 갖춘 미국과 모방을 넘어 창조 영역에 들어선 중국뿐 아니라 ‘인재 포용’을 내세운 캐나다, ‘신뢰’를 파는 스위스, ‘강소기업 네트워크’가 강한 독일, ‘개방성’을 내재화한 싱가포르 등 눈여겨 봐야 할 혁신의 발원지 8곳을 짚어낸다.

‘추격자’에서 ‘초격차’로 거듭난 한국이 거쳐온 혁신의 발자취를 읽어내는 대목이 흥미롭다. 섬유, 가발처럼 하찮게 여겨졌던 분야에서 시작해 메모리 반도체부터 K팝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집요한 기술혁신을 일군 재벌집단을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다. 오랫동안 고여있는 한국 산업 담론에 균열을 낸다.

한국을 지배하는 ‘고령화 저출생’ 공포를 뒤집는 신선한 인사이트도 돋보인다. 저자는 한국기술산업이 1세대 제조 대기업, 2세대 인터넷 플랫폼을 거쳐 쿠팡, 몰로코, 트웰브랩스 등 한국 기업가에 의해 설립됐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전개하는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혁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그려낸 지도에서 한국은 결코 빠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유승목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