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 금융은 ‘운용’…자산가들 돈 굴리는 방식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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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비교하며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자산가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비교하며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자산가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자산가들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자산의 중심에 남아 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자체를 통해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얻는 ‘운용’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부동산을 ‘보유’ 자산으로 두고 금융자산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50대 이하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집을 팔지 않으면서도 추가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과 ETF 등으로 빠르게 자금을 운용하며 수익 기회를 찾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0년 이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형성한 50대 이하 자산가(‘K-EMILLI’)의 경우 48%가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더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K-EMILLI’는 연평균 소득 5억 원, 총자산 60억 원 수준의 고소득 직장인 중심 신흥 자산가 집단이다.

단순한 투자 선호의 이동이라기보다 자산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굴리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 “부동산 줄이지는 않았다”…금융과 비중 빠르게 수렴

연구소는 이번 변화를 ‘부동산 이탈’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산가들이 부동산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였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최근 5년간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비중이 63%에서 52%로 낮아지고,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늘면서 두 자산 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부동산이 빠졌다기보다 금융자산이 확대되며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자산 구성의 변화라기보다,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사를 주도한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금리나 세제 영향이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투자 환경 자체가 바뀐 결과”라며 “ETF와 국내외 주식 등에서 개인 투자자도 기관 수준의 접근이 가능해졌고, 실제 수익을 경험한 비중도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가 10명 중 9명은 금융투자에서 수익을 냈으며, 가장 큰 기여를 한 자산은 주식(31%)이었다. 투자 의향은 ETF(48%)와 주식(45%)에 집중되고 있으며, 자산가의 60%는 올해 금융투자에서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특히 젊은 자산가일수록 부동산보다 금융에서 기회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자산 운용의 중심은 이미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과정에서 챗GPT 등 AI를 활용해 세금이나 시장 정보를 확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돈은 벌었지만…부동산 ‘관리 부담’에 흔들린 선택

이 변화가 단순한 수익률 경쟁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연구소 역시 부동산과 금융자산 간 수익률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대신 투자 판단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수익률보다 유동성과 관리 효율까지 포함한 ‘총 투자 매력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금융자산은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비중을 조정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거래와 보유 과정에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가의 39%는 올해 금융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계획이며,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8%로 그 반대(10%)보다 1.8배 많았다.

조사 과정에서는 “부동산 투자로 돈은 벌었지만, 이사나 세입자 문제 등 관리 부담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 부동산은 ‘보유’, 금융은 ‘운용’…역할 나뉘는 자산

부동산과 금융의 역할은 점차 분리되고 있다. 부동산은 자산을 지키는 기반으로, 금융자산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기능이 나뉘는 흐름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은 금융투자 선호가 늘어난 이유를 중심으로 해석한 것일 뿐, 보고서만으로 부자들이 부동산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 자산가들의 선택은 ‘대체’가 아니라 ‘분화’에 가깝다. 자산을 쌓기보다, 어떻게 굴릴지가 더 중요해졌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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