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봉준호 감독이 마침내 새 영화 ‘미키17’를 글로벌 무대에 선보인다.
2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후 3월 7일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극장에 거는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 처음부터 세계 무대를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100% 한국 자본과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만든 봉 감독의 전작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상을 동시 석권한 만큼, 이번 영화가 어떤 글로벌 성과를 낼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O“노동자의 SF”
‘미키17’은 목숨이 걸고 해야 하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복제인간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소설 ‘미키7’을 기반으로 했지만, 과학기술에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하드 SF’ 장르였던 원작과는 많은 차이를 뒀다. 특히 봉 감독은 ‘기생충’ 등 전작에서 꾸준히 다뤘던 ‘계급 문제’까지 다뤘다.
“원작에서 미키는 역사 선생님이지만 우리 영화에서 미키는 위험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워킹 클래스’(노동자 계급)로, 불쌍하고 가엽고 또 외로운 친구예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도 새롭게 프린팅된다는 게 얼마나 비인간적일까요. 그런 비인간적인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된 캐릭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7번째 미키가 아닌 17번째 미키를 주인공으로 삼았죠. 인간 냄새나는 SF라고 말할 수 있죠.”
“논두렁에서 형사가 뛰어다니는 영화(살인의 추억)”을 하다가 무려 1억 5000만 달러(218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SF 영화를 만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웃기도 했다.
“엄청나게 큰 우주선, 외계인 같은 걸 처음 찍어보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사실 이번 영화를 통해 제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 이야기를 그렸어요. 극 중 미키의 러브스토리가 나오거든요. 물론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고 말하면 제가 너무 뻔뻔한 것이지만, 그런 사랑의 관점도 담아보았죠.”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O“영화사와 불화 없었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인공으로 고민 없이 로버트 패틴슨을 택했다면서, 패틴슨을 “‘더 배트맨’과 같은 대규모의 슈퍼히어로 영화뿐만 아니라 ‘굿타임’과, ‘라이트 하우스’ 등 미국 독립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사실상 이번 영화에서 로버트는 1인 2역을 해야 했어요. 약간은 멍청하고 소심한 미키17부터 기괴하고 광기 어린 카리스마를 가진 미키18까지 모두 커버해야 했죠. 그 두 가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로버트였어요.”
한편, 봉 감독은 여러 차례 개봉 날짜 변경으로 인해 일각에서 불거진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와의 불화설에 대해서 해명했다. 일부 외신들은 봉 감독과 워너브라더스가 ‘최종 편집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 밖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제 영화는 매번 개봉이 엄청 많이 변경됐어요. 이렇게 기사화가 돼서 주목받은 경우가 처음일 뿐이죠. 개봉일 변동은 배우조합 파업 등 할리우드 산업 상황의 영향 때문이지 재폅집 혹은 재촬영을 진행하는 복잡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처음부터 제가 최종 편집권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영화사와도 상호 존중하는 과정에서 아주 순탄하게 촬영을 마쳤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