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고 싶으면 몸 움직여 땀 뻘뻘 나게 뛰어야”

1 week ago 17

굿 소재 무용 ‘무감서기’ 내달 초연 “그 집안 대감이 무녀 옷 걸쳐 입고, 몸 흔들며 춤춰야 진정한 복 받아” ‘자신 몫 감당해야 한다’는 메시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촬영한 ‘무감서기’ 콘셉트 사진.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자기 몫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게 무감서기 정신”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옛 전통 굿에는 ‘무감’이라는 게 있었다. 굿을 하다가 중간 휴식 때 굿을 청한 집안 식구나 이웃이 무당의 쾌자(快子)를 빌려 입고 춤추고 즐기는 걸 일컫는다. 굿이 효력을 내려면 마지막 순간엔 자기 몸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서울시무용단이 다음 달 10∼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작무용 ‘무감서기’를 초연한다. 작품을 안무한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55)은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서울 지역의 굿을 소재로 신작 무용을 구상하던 중에 양종승 민속학자로부터 ‘무감서기’란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굿을 주관하는 무녀가 입던 옷을 그 집안의 대감이 걸쳐 입고, 자기가 진짜 무당이 된 것처럼 즉흥적으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춘대요. 마치 신들린 무녀처럼요. 그 행위를 해야만 진정한 복을 받는다는 거예요.” 흔히 굿이라면 무당에게 어려움을 대신 풀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의외의 전개’에서 윤 단장은 무감서기를 작품으로 풀어낼 이유를 발견했다. 공연은 오방색에서 영감을 받은 다섯 가지 색의 ‘눈물’을 지나 무감서기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다. 시작은 ‘흑의 눈물’이다.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를 채운다. 윤 단장은 “‘시커먼 눈물’이란 말 그대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며 “아픔과 기억들이 온몸을 감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후 황, 청, 적으로 넘어가며 무용수들은 조금씩 자신을 찾아간다. 마지막 색인 ‘백의 눈물’에 이르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초월의 단계에 닿는다. 무대 풍경도 달라진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던 무대에 무용수 한 명과 소리꾼만 남는다. 기무간 무용수(33)가 솔로로 나서고,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김율희 소리꾼(38)의 소리가 곁을 채운다. 기 무용수는 “무용수 한 명과 소리만 있으면 비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리허설 때 김율희 선생님을 보니 ‘빌 일은 없겠다’ 확신이 들었다”며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잘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앞뒤로 음악이 풍성하게 이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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