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고 빚은 조각, 끝내 닿을 수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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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보지 않고 빚은 조각, 끝내 닿을 수 없는 너 김인배 개인전 '잠자는 남자'촉각에만 의지해 빚은 형상들타인과 나 사이 간극 드러내 '붙이고 누르고 만지고'(2026) 아라리오 갤러리 "너는 땀에 흠뻑 젖어 있다. 너는 몸을 일으킨다. 너는 창문을 닫으러 간다. 너는 초소형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튼다." 프랑스 문호 조르주 페렉의 소설 '잠자는 남자'는 이처럼 온통 2인칭 시점이다. 여기서 '너'는 포착하려 해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타인, 혹은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보는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소설을 읽는 독자일 수도 있다. 혹은 창작자와 작품의 거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조각가 김인배(48)는 이 소설을 모티프로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 '잠자는 남자'를 연다. 1층에서는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직사각형 상자가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이 양쪽에 뚫려 있는데 작가의 작업 방식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상자 안에 두 손만 밀어 넣은 채 오직 감각에 의존해 조각을 빚어내는 상황을 상상하고 작업했다. 관람객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단면의 일부를 절개해 두었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빚어진 덩어리들은 필연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다. 목이 길게 송곳처럼 뻗어 있는 토르소, 두 겹인 듯 엎어져 있는 팔, 엉뚱하게 묘사된 곱슬머리 두상 등 보지 않고 빚어낸 형상들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어 더듬고, 만지고, 헤맸던 촉각적 흔적이자 조각하는 행위 과정 그 자체에 주목했다. 소설에서 화자는 '너'라는 존재를 끝까지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 김인배는 대상을 하나의 형태와 의미로 규정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작은 간극들을 조각의 영역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갤러리 4층에서는 이 어긋남이 한층 더 확장되거나 시각적인 변주를 거쳐 다른 형태로 전개된다. 이는 소통하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층위로 실체화된다. 두 남자가 동일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운드 설치와 드로잉 작업 '같은 그림'은 아무리 대화를 통해 같은 그림을 그리려해도 완벽하게 같을 수 없는 '간극'을 보여준다. 조각에서도 이 엇갈림의 상황은 계속된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검은 '흙 썰기 조각'은 함께 흙을 썰어내며 똑같은 형태를 도출하려 애쓰지만 결국 완벽히 포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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