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는 집값을 떨어뜨릴까? … 법학자가 분석한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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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2.25 07:00 수정2026.02.25 07:00

보유세는 집값을 떨어뜨릴까? … 법학자가 분석한 결과는

주택이나 토지는 예로부터 정부가 손쉽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대상으로 활용돼 왔다. 현대에 들어선 부동산 세금에 ‘집값 안정 수단’이란 역할이 더해졌다. 한국에서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토지 공개념’을 바탕으로 토지초과이득세 등 투기 억제 목적의 다양한 세금을 도입했다. 노무현 정권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신설했다.

부동산에 세금, 집값 안정에 효과있나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재산세와 종부세 이중 논란부터 부동산에만 과한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공정한지, 나아가 세금으로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게 근본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이다. 이창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펴낸 논문 ‘부동산 보유세의 회고와 전망’(조세법연구, 2024.11)은 한국 보유세제의 역사적 변천을 검토하고, 여러 문제를 짚는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에 양도세, 종부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한경DB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에 양도세, 종부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한경DB

198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등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게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 소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법’, 유휴지 등에서 발생한 토지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땅값 상승분(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법’이다. 각각 택지초과소유부담금,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이란 세금 부과로 이어졌다.

이 중 택지소유상한법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폐지한 데 이어 1999년 위헌결정이 나왔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고, 1998년 폐지했다. 택지소유상한법은 개인은 660㎡ 밑으로만 택지를 소유할 수 있고, 법인은 택지를 아예 소유 못 하게 막았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2003년 집권하고 2004년의 탄핵정국을 거쳐서 행정권과 입법권을 다 장악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들여왔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일단 매기고 그 위에 전국 합산 국세인 종부세를 얹어 매기면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제도다.

중요한 변화는 주택(住宅)이라는 개념을 들여온 것이었다. 이전엔 토지와 건물을 따로 과세했지만, 사람이 사는 건물과 부속 토지를 합해서 이를 주택이라는 별개의 개념으로 잡고 전국 단위로 종합 합산하기 시작했다. 같이 생겨난 제도가 주택 가격은 토지·건물 가격의 합이 아니라 주택 가격 그 자체라는 '주택가격 공시제도'였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이 위헌결정으로 사라진 것과 달리 종합부동산세는 2008년 합헌 결정을 받았다. 다만 2002년의 소득세 부부합산과세 위헌 결정의 논리적 연장으로 세대별 합산과세 부분은 위헌 결정받아서 사라졌다. 1가구1주택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서 그에 따라 과세기준금액(기본공제)을 올리고 세액공제를 두고 세 부담 증가 상한선을 낮추는 등 세 부담을 줄이는 법 개정이 뒤따랐다.

이명박 정부는 위 결정에 따라 1가구1주택의 세 부담을 낮추고 최고세율을 3%에서 2%로 낮추는 등 전반적 세 부담을 조정해 종부세 논란은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경제불황에 시달린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와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부동산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없앴다.

정부 성향따라 냉온탕 오가는 부동산세

탄핵 정국 이후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압도적 다수당의 힘으로 재산 과세를 대폭 강화했다. 애초 전문가 기구(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보유세는 강화하지만, 거래세는 낮추자는 입장이었지만 정치가 끼어들면서 최종 입법은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와 보유세(재산세, 종부세)를 모조리 다 올렸다.

특히 종부세는 몇 해에 걸쳐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과세 기준금액(기본공제), 세율, 세 부담 증가 상한선까지 다 고쳐서 세 부담을 올리고 또 올렸다. 2021년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0.9% 정도였지만 종부세 최고세율은 연 6%에 달했다.

법인은 과세 기준금액(기본공제)을 0원으로 정하고, 세율도 개인 최고세율에 맞췄다. 다주택자 과세 강화의 한 갈래로 장기임대주택도 과세 대상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2017년 36만명 정도였던 종부세 주택분 납세의무자는 2022년 120만명에 다가갔다. 주택분 세수는 3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그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에서 걷은 것이 75%를 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여야 합의로 세율을 약간 내리고 1가구1주택자 공제금액을 약간 올렸지만, 법률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세 부담은 뚝 떨어져서 주택분은 납세의무자의 수가 35만명, 세수는 1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안 올리고 대통령령에 위임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확 낮춘 결과였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보유세 부과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방, 공원, 교육 등 공공재의 혜택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부동산 소유자가 공공재 조달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 마땅하다는 시각이 있다. 자가 소유 거주자의 귀속 임대료 등 내재적 소득은 일반적인 시장 거래가 아니어서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만큼 보유세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자일수록 세금을 더 내라는 수직적 공평 원칙도 작용한다.

보유세로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교수는 ‘착시 효과’라고 지적한다. 그는 “매수인이 장차 낼 세금 부담을 생각하면 실제로 집을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돈 곧 세 포함 가격은 당연히 오른다”며 “세금의 경제적 효과는 양도소득세처럼 매도인에게 물리는 세금이든, 보유세로 매수인에게 물리는 세금이든 똑같다”고 했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 위헌에도 살아남은 종부세

이 교수는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이 위헌이라는 결정과 종부세가 합헌이라는 결정의 괴리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원본을 침해하는 세금은 위헌이라고 했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 요율은 최고 11%로 종부세율 최고 6%보다 높다. 이에 따른 재산 몰수 기간은 각각 10년과 17년이다.

그는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는가”라며 헌재의 결정은 “헌법 규범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 문제라고 보는 것이 아마 옳다”고 했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은 노태우 정부가 입법했다. 당시의 야당도 당연히 찬성했다. 이 제도에 대한 위헌결정은 1999년에 나왔지만 실상 폐지는 그 전에 김대중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 당시의 야당이 반대할 리가 없었다. 법률이 이미 폐지된 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 결정한 것뿐이다. 이와 달리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는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사안이었다. 거기에 헌법재판소가 끼어들기 싫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리라.”

종합부동산세법 제1조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에 대해 합법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부동산보유세의 형평성을 이념으로 삼는다면 재산과 빚을 다 따져서 순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부유세라야 걸맞다”고 지적한다. 재산 50억원에 빚이 전혀 없는 사람과 재산 50억원에 빚이 45억원 있는 사람에게 같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불공평하고, 재산의 형태에 따라 세금에 차등을 두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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