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지 않지만 보게될”...어머니 김혜순의 죽음을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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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보고싶지 않지만 보게될”...어머니 김혜순의 죽음을 조각하다 작가 이피, 아트스페이스3 개인전두려움의 실체 직면...19일까지 이피 ‘보고싶지 않으나 보게 될’, 2026, Mixed Media, 143 x 30 x 84 cm. 어머니 김혜순 시인의 작업만큼이나 기괴하고 파격적이다. 모전여전일까. 그의 외동딸이자 현대미술가 ‘이피’(45·본명 이휘재)의 작업이다.서울 서촌 아트스페이스3에서 이피의 개인전 ‘-3과 2분의 1차 세계대전’이 열리고 있다. 은폐되고 재생산되는 폭력과 전쟁에 휘말린 이들의 ‘마이너스 전쟁’이라는 해설이 붙었다.폭력을 폭력으로 덮는 지금의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흥미로운 것은 부모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충격에 대비한 작가의 태도와 자세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직사각형 선반 3개가 세로로 나란히 걸려 있다. 각 선반 위에는 광목으로 몸통 부분을 감싸고, 붉은색 끈으로 군데군데 묶은 형상들이 놓여 있다. 작품 제목이 ‘보고 싶지 않으나 보게될’이다. 제일 아래는 지팡이가, 두 번째 칸에는 시집이 몸통에 붙어 있다. 아버지인 극작가 이강백의 죽음과 어머니 김혜순 시인의 죽음을 미리 상상해 형상화한 것이다.몸통에 달린 시집의 제목은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다. 김혜순 시인이 자신의 시집 중 가장 아끼는 시집이라고 한다. 작가는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낄 때 몸도 같이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똑같이 반응한다고 한다”며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공포의 근원을 직면함으로써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태도로 읽힌다.작가는 “인형의 얼굴을 가리고, 활기찬 색으로 (두려움을) 덮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덮고 가리는’ 행위는 전시장 곳곳에서 목격된다. 작가가 직접 창제한 문자로 제작된 대형 현수막은 관람객이 쉽게 해독할 수 없는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폭력이나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전가하는 우리 사회 단면을 은유한다. 전시명 역시 전쟁이 물리적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논리,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도 끊임없이 은폐되고 재생산된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2005년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학사·석사를 마쳤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현대미술재단이 주는 도로시아 태닝상을 받았다. 그는 고려 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한 회화 작품을 비롯해 조각·설치 작업도 한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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