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프랑스,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격상
안보·방위 협력…“남중국해 항행 자유 보장”
베트남과 프랑스가 식민통치와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던 ‘100년 악연’을 털고 맞손을 잡았다.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이다. 이를 놓고 “모든 주요 국가와 우호 관계를 맺는 베트남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의 성공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VNA 등에 따르면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파리에서 회담했다. 양국 정상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양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관계 격상을 선언했다.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는 최고 수준 외교 관계로 준(準)동맹에 해당한다. 베트남은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호주 7개국에 이어 프랑스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는 처음으로 체결했다.
양국은 △안보·방위 △인공지능(AI)·항공우주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등을 놓고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은 프랑스 군함이 자국 항구에 정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군과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이 지속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베트남 현지매체 VNA는 “양국은 남중국해 평화·안보·안정과 항해·항공 자유를 보장하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국제법에 반하는 위협을 강력히 반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관영매체 VOV도 “양국이 전략적 안보 대화를 조속히 개최하고 장교 양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며 “안보 분야 국제회의에선 상대방 입장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베트남·프랑스가 대중(對中) 견제 노선을 함께 걷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베트남은 1885년~1945년에 프랑스 식민통치를 겪은 데다 1946년~1954년에는 독립전쟁을 치렀다. 1973년에 국교를 맺었으나 오랫동안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5월 프랑스가 베트남의 디엔비엔푸 승전 70주년 행사에 국방장관과 보훈장관을 파견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
5개월 후에는 럼 서기장이 프랑스를 찾았다. 베트남 정상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은 22년 만이다. 럼 서기장은 마크롱 대통령을 베트남으로 초대했고,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프랑스 정상회담을 놓고 “베트남의 유연한 외교 정책인 대나무 외교의 새로운 성공 사례”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