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이스 박성민(26)이 세계적 권위의 성악 콩쿠르인 한스 가보르 벨베데레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해외 유학 없이 국내 음악대학 교육과정만으로 세계 정상급 성악 콩쿠르 정상에 오른 쾌거다.
현지시간 7일 저녁(한국시간 8일 새벽) 라트비아의 휴양 도시 유르말라 소재 진타리 콘서트홀(Dzintari Concert Hall)에서 열린 제 44회 한스 가보르 벨베데레 국제 성악 콩쿠르 결선에서 박성민은 1위를 차지하며 상금 1만 유로(약 1796만원)를 받았다. 2024년 우승한 바리톤 김정래(제 42회 우승)와 2025년 우승한 바리톤 김건(제 43회 우승)에 이어 3년 연속 한국인 성악가가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민은 결선 무대에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필리포 2세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네(Ella giammai m'amò)'를 불렀다.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베이스 전승현 교수를 사사하고 있는 박성민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하다"며 "과분한 영광을 안겨주신 벨베데레 콩쿠르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단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 전승현 교수님의 따뜻한 가르침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먼 곳에서도 늘 한결같은 믿음과 사랑으로 저의 꿈을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성악도일 뿐"이라며 "무대를 향한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무지개를 좇는 어린아이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결선 무대에는 본선과 준결선을 통과한 9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올랐다. 이번 대회는 지난 1일 122명이 참가한 본선을 시작으로 50명이 겨룬 준결선을 거쳐 최종 결선 진출자 9명을 선발했다.
한국 성악가들의 활약은 우승에 그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는 베이스 김선진(31)이 3위에 오르며 상금 3000유로(약 539만원)를 받았다. 서울대와 인디애나 음대를 거쳐 줄리아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인 김선진은 결선 무대에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바질리오의 아리아 '험담은 산들바람처럼(La calunnia è un venticello)'을 불렀다.
김선진은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벨베데레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3위라는 값진 성과까지 얻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스럽다. 치열했던 본선 기간 동안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위는 이란의 소프라노 포루즈 라자비(Forooz Razavi)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단에는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베를린의 오페라 디렉터 크리스토프 조이펠레와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총괄 비비아나 바리오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린데만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총괄 멜리사 웨그너, 독일 헤센 비스바덴 주립극장의 극장장 도로테아 하르트만,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의 프로그램 매니저 토마스 마샬 등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의 캐스팅 책임자들이 참여했다.
198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설된 벨베데레 국제 성악 콩쿠르는 신인 성악가들에게 유럽 오페라 무대 데뷔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국제 콩쿠르다.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의 예술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에이전트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유망 성악가를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실제 오디션 제안과 캐스팅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아 '오페라 가수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테너 김우경(2001), 테너 김범진(2012), 바리톤 이동환(2013), 테너 김성호(2018), 바리톤 김정래(2024), 바리톤 김건(2025), 베이스 박성민(2026)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바리톤 김관동(1985·2위), 베이스 양희준(1992·2위), 베이스 전승현(1997·2위), 바리톤 한명원(2002·3위), 바리톤 양태중(2005·3위), 테너 문세훈(2011·2위), 소프라노 윤상아(2012·3위), 베이스 송일도(2014·3위), 테너 박기훈(2015·3위), 베이스 김선진(2026·3위) 등이 한국인 입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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