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헌재 재판 지연, 기본권 침해 여부 심사”…‘재판소원’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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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4년간 지연되고 있는 사건을 두고 법원이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위헌성을 따져보겠다고 이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헌재 재판에 대해 법원이 사법 심사를 언급한 건 처음으로, 재판소원 도입 이후 불거진 법원과 헌재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재판장 전보성 형사수석부장)는 “사건 피고인이 낸 헌법소원 사건의 심리가 약 4년간 진행되지 않아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재의 재판지연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해 심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헌재에 심사 진행 경과, 지연 사유 등에 관해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초 재판소원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펼쳐졌을 당시 헌재는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으로서 법원 판결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원이 이를 토대로 헌재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 재판부에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통일TV 대표 진모 씨의 항소심 사건이 계류돼 있다. 그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북한 서적과 영상자료 등 북한 물품 146점을 반입한 혐의로 2020년 10월 재판에 넘겨져 2022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진 씨가 항소했지만 2심 재판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위헌이라며 진 씨가 헌재에 낸 헌법소원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약 4년간 헌재에서 별다른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진 씨)은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헌재 측은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법원이 헌법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보고 의견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헌재 연구관은 “법원이 헌재에 의견을 요청할 근거가 없어 회신 여부는 불분명하다. 헌재 결정은 불복할 수 없는 최종심”이라고 반박했다. 헌재의 헌법소원 재판 진행 경과와 별개로 법원이 스스로 재판을 진행하면 된다는 취지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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