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28일 미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의 집단 항의에 맞서 “명백한 사법주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범죄 혐의는 대한민국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그 어떤 기업도, 개인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에서 “최근 미 하원의원들이 쿠팡 임원 등과 관련해 한국 사법당국의 조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를 전달하고, 이를 한·미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내 최대 정책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지난 21일 쿠팡을 거론하며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즉시 중단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여당은 진상 규명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나왔고, 불출석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고발됐다. 이후 사안이 한·미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연초까지는 소강 국면을 보였다.
최근 유통업 규제 완화 이슈와 맞물리며 쿠팡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금지 규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2013년부터 이어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의 최대 수혜자가 쿠팡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 논의가 재점화하자 미국 측이 공개 항의에 나섰고, 여당이 맞대응하면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방미 중 항의 서한을 주도한 대럴 아이사 의원을 만난 부분도 비판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아이사 의원이 장 대표에게 쿠팡 사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는데 그 자리에서 장 대표가 뭐라고 답변했는지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양국 정부 간 실타래가 꼬였을 때 의회가 중재 역할을 했는데,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의회가 선을 넘은 측면이 있지만, 여권 입장에서는 강 대 강 대응보다 미국을 찾아 물밑에서 오해를 풀어나가는 의회 외교가 더 지혜로운 해법”이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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