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까지 꽃힌 '스몰 럭셔리'…니치 향수도 '소용량'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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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니힐로 10mL 한국 단독 제품, 2~6월 매출 98% 급증
딥티크 7.5mL 3종 세트 20일 만에 완판
'쁘띠 뷰티' 트렌드가 니치 향수로 확장

딥티크 소용량 썸머 리미티드 오 드 뚜왈렛 3종.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딥티크 소용량 썸머 리미티드 오 드 뚜왈렛 3종.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실속형 소비 방식이 초고가 니치 향수 시장까지 바꿨다. 대용량 향수 한 병을 오래 쓰기보다 다양한 향을 작은 용량으로 쪼개어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10mL 안팎 소용량 제품이 유통가 뷰티 매대의 핵심 상품으로 부상했다.

1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의 올해 2~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급증했다. 지난 2월 국내 소비자의 소용량 선호 성향을 반영해 한국 단독 제품으로 선보인 '오 드 퍼퓸 10mL' 4종이 흥행을 이끈 결과다. 이 제품은 100mL 기준 49만원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 고가 라인을 미니어처 사이즈로 재해석해 9만원대에 내놓으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러 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소용량 세트 상품도 인기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가 최근 출시한 '썸머 리미티드 오 드 뚜왈렛 3종 세트'는 3가지 향을 7.5mL 소용량으로 구성해 출시 20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완판됐다. 미국 브루클린 기반의 디에스앤더가(DS&Durga) 역시 이달 중 베스트셀러 7종을 10mL 크기의 스프레이 타입 '포켓 퍼퓸'으로 리뉴얼해 출시할 예정이다.

디에스앤더가 소용량 포켓퍼퓸 디베이저.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디에스앤더가 소용량 포켓퍼퓸 디베이저.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이 같은 소용량 화장품 트렌드는 지난해 1020을 중심으로 번진 '쁘띠 뷰티' 열풍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해 패션·뷰티 플랫폼 에이블리와 무신사에서는 미니 섀도우, 미니 쿠션 등 소용량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가방에 다는 '립밤 키링' 등 액세서리형 화장품이 유행했다. 필요한 용량만 합리적으로 구매해 다양한 취향을 탐색하던 소비 방식이 색조 제품군을 넘어 향수 시장으로 번진 셈이다.

특히 니치 향수는 일반 화장품보다 단가가 높은 데다, 개인 취향을 타는 품목 특성상 온라인 소비 환경에서 선뜻 대용량 본품을 구매하기 어렵다. 이에 장기화한 고물가 기조 속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명품의 감성을 누리려는 '스몰 럭셔리' 수요가 소용량 향수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계절이나 장소, 기분에 따라 다양한 향을 번갈아 사용하려는 소비자 소비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용량 제품은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향을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향후 대용량 본품 구매를 견인하는 핵심 카드가 된다.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사진=연합뉴스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와 마트에서도 3000~5000원대 소용량 가성비 화장품을 앞세우면서 뷰티 시장 전반이 소형화·다변화 구조로 재편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럭셔리 향수 브랜드들 역시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감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소용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직접 시향하기 어려운 온라인·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에서 2만~4만원대 소용량 명품 향수가 성의 있는 비대면 선물로 인기를 끄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다양한 취향을 경험하려는 소비 성향이 향수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며 "소용량 제품은 신규 고객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대용량 본품 구매로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인 만큼 관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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