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가 직접 연기 안해도
다채로운 모습 보여주는
'나야, 문희' 러닝타임 17분
칸·베니스 페스티벌 수상작
6분30초 'M호텔'도 주목
'문희는, 뭐든지 될 수 있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하는 영화 '나야, 문희' 예고편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국민배우 나문희가 주인공인 영화의 저 한마디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말 그대로 배우 나문희가 '뭐든지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이 영화는 '나문희에 대한, 나문희를 위한' 영화이지만 배우 나문희는 영화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모든 영상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화면 구도와 서사만 입력하면 배우가 참여하지 않고도 영화 제작이 가능한 AI 영화다.
24일 개봉 예정인 '나야, 문희'를 비롯해 AI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실제로 개봉한다. 아직은 단편영화여서 실험적 시도에 가깝지만 미래 AI 영화의 분기점이 될 작품들이다.
'나야, 문희'의 러닝타임은 17분. 이 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배우 나문희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 문희' '꽃 문희' '건 갱(Gun Gang) 문희' '바이커 문희' '연예 리포터 문희' '문어 문희' '문희리자(나문희와 모나리자의 합성어)' '산타 문희' 등을 보여준다. AI에 입력만 하면 수고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글로벌 영화제 등을 통해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한 AI 영화의 관건은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예고편으로 확인한 '나야, 문희'는 화면상의 이질감이 적은 편이다. 배우가 열연하지 않았는데도 나문희 배우가 참여한 것처럼 생동감의 수준이 꽤 높다.
약 30년 전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쥬라기 공원'의 성공요인은 당시에는 실험에 가까웠던 컴퓨터그래픽(GG)을 적극 활용하고도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AI 영화가 배우들의 실제 연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향후 AI영화가 과거 CG영화처럼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작사 엠씨에이 박재수 대표는 "새 시대에, AI로 장편 영화를 만드는 걸 꿈꾸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욱 발전된 결과물이 등장하리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엠씨에이는 배우 나문희의 디지털 IP를 보유한 AI기업이다.
지난 11일 극장에 공개된 또 다른 AI 영화는 'M호텔'이다.
뉴욕 AMT 필름 페스티벌 AI 경쟁부문 최우수상, 칸 월드 필름 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베니스 국제 AI 영화제 최종 상영작 10편에 포함된 작품이기도 하다. 'M호텔'은 '나야, 문희'보다 서사성이 짙어서 6분31초짜리 러닝타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고 평가받는다.
줄거리는 이렇다. 평생 신세 한타만 하던 노숙자가 신비한 호텔의 열쇠를 줍게 된다. M호텔의 305호 열쇠였다. 예고편을 통해 확인한 AI 영화 'M호텔' 영상 역시 이질감이 적다. 영화 'M호텔' 제작에 걸린 기간은 고작 한 달이었고, 투입인원도 4명에 불과했다. 배우도, 촬영장도, 현장 카메라도, 스태프도 없는 상태에서 그 짧은 시간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관람료는 2시간 남짓의 다른 영화보다 싸다. 각각 3000원, 10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큰 수익을 거두긴 어렵고, AI 영화가 아직 관객에게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흥행 가능성은 적지만 두 편의 영화는 극장계에 확산되는 AI 영화의 새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M호텔' 제작사인 CJ ENM 관계자는 "스토리텔링 역량과 고도화된 AI 기술의 성공적인 접목을 보여주는 사례다. AI기술을 활용해 신진 크리에이터의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보다 많은 콘텐츠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콘텐츠 창작 생태계 진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