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객의 성지로 여겨지던 태국이 럭셔리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방콕에 플래그십 스토어와 체험형 공간을 잇달아 열면서다. 유명 브랜드를 유치한 방콕의 주요 쇼핑몰은 호텔, 오피스, 글로벌 미식 식당을 결합해 복합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중산층과 아시아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럭셔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쇼핑몰이 곧 ‘도시 인프라’
방콕 럭셔리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명품 매장이 거리보다 쇼핑몰 내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더운 날씨와 교통, 관광 동선 때문에 방콕에서는 백화점·몰이 단순 유통시설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하루를 보내는 도시 플랫폼 역할을 한다.
시암 파라곤, 아이콘시암, 센트럴 엠버시, 엠스피어, 원 방콕, 센트럴 파크 방콕 등이 경쟁적으로 내부를 고급화하면서 방콕의 쇼핑몰은 명품·식음·엔터테인먼트·호텔·주거를 결합한 복합 목적지로 바뀌는 추세다. 미국 패션지 보그도 방콕을 “럭셔리 리테일, 호텔, 웰니스의 허브로 빠르게 진화하는 도시”로 소개하며 시암 파라곤, 아이콘시암, 센트럴 엠버시, 원 방콕 등을 방콕 럭셔리 생태계의 핵심으로 짚었다.
센트럴 파크 방콕이 대표적인 사례다. 센트럴 파크 방콕은 룸피니 공원 옆 두싯 센트럴 파크 개발지 안에서 호텔·오피스·레지던스·리테일·루프파크를 결합한 프로젝트다. 약 1만1200㎡(약 3388평) 규모의 옥상 녹지 공간을 조성해 ‘파크 라이프와 어반 라이프의 결합’을 내세웠다. 축구장 약 1.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새 복합몰은 거주·업무·휴식·미식·소비가 한 번에 이뤄지는 도시 생활권을 표방한다. 센트럴 파크 방콕은 리테일 아시아 어워즈 2026에서 ‘올해의 신규 쇼핑몰–태국’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명품과 럭셔리 호텔이 몰리는 도시
방콕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대형 프로젝트가 몰리고 있다. 올해 알라이아, 몽클레르, 짐머만, 파텍필립, 리차드밀 등이 방콕에 매장을 열었고, 루이비통은 호텔 콘셉트의 팝업을 진행했다. 앞서 루이비통의 ‘LV 더 플레이스 방콕’과 디올의 ‘디올 골드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매장, 전시, 다이닝이 결합된 체험형 공간으로 설계돼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루이비통 LV 더 플레이스 방콕의 비저너리 저니스 전시는 브랜드 아카이브와 예술 협업을 몰입형 방식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평가다.
브랜드들은 방콕을 단순히 ‘상품을 파는 도시’를 넘어 ‘브랜드 세계관을 보여주는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명품 입장에선 방콕이 동남아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 인도, 중동, 한국, 일본 관광객까지 만날 수 있는 아시아 접점이 되기 때문이다.
럭셔리 리테일이 뜨려면 고급 호텔과 고소득 관광객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방콕에선 아만 나이 러트 방콕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아만은 이 호텔을 방콕 도심 속에서 1500㎡ 규모 스파·웰니스 센터, 메디컬 웰니스, 프라이빗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강조하고 있다.
리츠칼튼 방콕은 원 방콕 프로젝트와 연계했다. 원 방콕은 호텔, 오피스, 레지던스, 리테일이 결합된 대형 복합개발인데, 이같은 개발은 명품 브랜드가 매장을 내는 기반이 된다. 보그에서도 방콕의 고급 호텔 확장이 팬데믹 이후 럭셔리 소비 붐과 맞물렸으며, 호텔이 복합개발의 위상을 높여 리테일 공간에도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미식과 웰니스와 결합한 럭셔리 소비
방콕 럭셔리 시장에선 미식, 카페, 루프톱 바, 스파, 웰니스, 메디컬 뷰티가 한 공간에 모여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진다. 소비 인프라가 실내 몰 공간에 몰려있다는 특성이 이를 가능케 한다. 한국 명품거리나 일본 긴자와 다른 방콕식 럭셔리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센트럴 파크 방콕도 세계적 다이닝, 태국 로컬 맛집,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을 내세우고 있다. 센트럴그룹은 센트럴 파크를 550개 글로벌·태국 브랜드와 레스토랑, 카페, 패션, 라이프스타일, 테크 브랜드가 결합된 목적지로 소개했다.
특히 태국은 동남아에서 관광 인프라를 잘 갖춘 국가 중 하나다. 럭셔리 업계가 방콕을 주목하는 이유는 ‘고소비층 관광객’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CBRE 태국사무소는 태국이 동남아 럭셔리 리테일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며, 시암 파라곤과 아이콘시암에 2025년 15개 독점 럭셔리 브랜드가 추가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소득 수요 강세의 근거로 제시했다. 현지 보도에서도 태국 럭셔리 리테일 시장 규모를 44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연평균 약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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