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으며 나란히 '형량 가중'이라는 사법적 판단을 받아 들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선고 공판에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대폭 뒤집고 이들 부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김건희 여사의 재판 결과였다. 지난 28일 열린 2심 선고에서 김 여사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1심의 징역 1년8개월보다 형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에 대해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 자금을 제공한 공동정범이 맞다"고 판단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또한 샤넬백 수수 등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알선에 나선 점이 인정된다"며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사 수수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유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비상계엄 선포와 공문서 위조 등 주요 혐의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29일 재판부는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국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양형 상향의 이유를 분명히 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양측 변호인단은 1심의 유죄 부분을 반박하고 무죄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김 여사 측은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전문가에게 계좌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며 '단순 투자자' 논리를 고수했고, 금품 수수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단순 선물"이라고 방어벽을 쳤다. 윤 전 대통령 측 또한 "당시 조치는 국가 안보를 위한 고도의 통치 행위였으며, 공문서 작성 과정에 직접 관여하거나 위조를 지시한 바 없다"는 기존의 무죄 주장을 반복하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방어 논리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주가조작과 관련해선 "수익의 40%를 약속받고 20억원이라는 거액을 맡긴 것은 단순 투자를 넘어선 시세조종의 대가"라고 못박았다. 결과적으로 변호인이 제출한 방어 논리가 핵심 혐의에서 대부분 배척당하면서 1심보다 훨씬 엄중한 결론이 내려졌다.
선고 당시 법정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김건희 여사는 재판장이 주가조작 유죄 판결을 낭독하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충격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1심 당시의 담담한 태도와 달리, 형량이 급증한 '징역 4년'이 선고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에 붙박인 듯 서 있었다.
윤 전 대통령 또한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하다가 형량 가중이 확정되자 입술을 꼭 다물고 허공을 응시했다. 법정을 나서는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씁쓸한 기색을 띠며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판결로 1심의 일부 무죄에 기대를 건 두 사람의 전략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과도한 해석이자 사실 오인"이라며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부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역시 "당시 조치는 고도의 통치 행위"라고 주장하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핵심 논리가 줄줄이 기각되고 형량이 가중되자 변호인단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피고인과 검찰 양측 모두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사실관계 오인이 심각하다"며 즉각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으며,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재판부의 법리 해석에 강하게 반발하며 상고의 뜻을 전했다. 결국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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