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늑구가 꿈에…마지막이라고 쏜 두번째 마취총 맞아”

17 hours ago 1

1km 떨어진 곳서 늑구 포획… 열흘만
늑구 체중 3kg 줄어… 건강 회복 중
대전도시공사 “시설, 운영 시스템 정비”

17일 대전 중구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인 모습.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사파리 내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해 10일 만인 17일 오전 0시 44분께 마취총을 이용해 최종 포획에 성공해 시설로 돌아왔다.2026.4.17. 대전시 제공

17일 대전 중구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인 모습.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사파리 내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해 10일 만인 17일 오전 0시 44분께 마취총을 이용해 최종 포획에 성공해 시설로 돌아왔다.2026.4.17. 대전시 제공
“늑구를 놓치고 밤마다 늑구가 꿈에 나타났어요. 이제라도 포획돼 다행입니다.”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수의사)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포획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 8일 2살 수컷 늑대 ‘늑구’가 대전오월드를 탈출하자, 진 차장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수색팀에 합류했다. 9일부터는 휴가를 내고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14일 야산에서 늑구를 처음 발견하고 마취총을 쐈지만 맞히지 못했다”며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17일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쐈고, 맞아 포획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피로가 컸지만 늑구를 무사히 구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더 컸다고 전했다.

늑구는 8일 사육시설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했다. 이후 열흘 만인 17일 오전 0시 44분경 동물원에서 약 1㎞ 떨어진 대전 중구 대전남부순환도로 안영나들목(IC) 인근에서 발견됐다.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수의사)이 늑구에게 발사한 마취제 주사기를 들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수의사)이 늑구에게 발사한 마취제 주사기를 들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현재 늑구는 체중이 약 3㎏ 줄었지만 먹이는 정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소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료는 갈아서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닭고기에 소고기도 추가했다. 탈출 과정에서 다른 동물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진드기와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함께 관찰하고 있다.

오월드 측은 늑구가 체력을 회복하는 대로 가족 무리와 다시 합사할 계획이다. 재개장 시점 역시 늑구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전광판에는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늑구를 소재로 한 합성 이미지와 패러디가 확산됐다. 야구 성적을 빗대어 “늑구도 돌아왔으니 이제 한화 불펜만 살아나면 된다”는 애정 어린 농담이 돌기도 했다. 이후 한화 이글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이를 두고 ‘현실이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대전오월드를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설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영 사장은 포획 당일 기자회견에서 “동물 탈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시설과 운영 시스템을 전면 정비하겠다”고 했다. “늑대가 땅굴을 파는 습성이 있음에도 대비가 부족했다”며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관리 부실 여부는 향후 감사로 규명할 계획이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대전=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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