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反(반)이재명 빅텐트'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3지대까지 뭉쳐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제3지대 주축으로 벌써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합류 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 다 (대선에) 나와서 조금씩 다 나눠 먹으면 이 전 대표가 쉽게 당선되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 당의 후보가 탄생하면 그 사람 중심으로 반이재명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반이재명 빅텐트는 절박한 문제"라며 "민주당의 반이재명 세력들도 같이해야 (이 전 대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칙적으로 보수 진영의 많은 분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랑 색깔이 다른 분들이 많이 계실 수 있는데, 그런 분들하고 여러 가지 대화를 하면서 연대하고 위험한 세상을 막아내는 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사실은 지금 '체제 전쟁'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우리가 많은 결단과 상상을 해봐야 하고, 때로는 결단해야 한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를 꺾기 위해 보수·중도 진영 대권주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주자들은 당연히 경선이 끝나면 뭉쳐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제3지대 포섭"이라고 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당에 가장 절실한 포섭 대상은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빅텐트의 관건은 이 의원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대선 출마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민의힘과 단일화는 없다"고 재차 일축해오고 있다. 또 이 가운데 이 의원이 본인과 이 전 대표, 국민의힘 주자로 구성한 '3자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치적 몸값을 높이고 있어 국민의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3자 가상 대결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표, 김 전 장관, 이 의원은 각각 45%, 29%, 14% 지지를 얻었다. 특히 이 구도에서 이 의원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19%의 지지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 홍 전 시장, 이 의원 간 구도에서는 각각 44%, 홍 전 시장 29%, 이 의원 11%로 집계됐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 포섭 문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차출론에 녹아 있다는 취지의 관측도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이 '국민의힘과는 단일화는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최종 범보수 후보가 돼 빅텐트를 펼친다면 이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덕수 차출론을 띄우는 의원들도 한편에 이 의원을 염두에 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준석 캠프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는 이미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고,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며 "빅텐트는 낡은 정치공학이다. 과거 패권의 잔재를 쓸어모아 권력을 재조립하겠다는 시도에 불과하다. 반이재명이라는 부정적 가치만으로는 세대교체를 이끌 수 없다"고 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