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TSMC 세계 1위의 비밀' 저자 린훙원 인터뷰
엔비디아 반도체 연구원들
새벽 2시에 젠슨 황과 대화
세계1위 TSMC 연구원도
24시간 3교대로 업무 집중
삼성 반도체 '초격차' 위해선
엔지니어 양성에 힘 쏟아야
"주 52시간 근무제는 반도체 산업에 맞지 않는 옷입니다. 엔비디아 직원은 새벽에도 젠슨 황의 메일에 답해야 합니다."
30년 넘게 TSMC와 대만 반도체 산업을 취재해 온 린훙원 대만 금주간 고문은 여러 도전에 직면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로 먼저 '노동 시간 유연화'를 제시했다.
베스트셀러 'TSMC 세계 1위의 비밀'을 집필한 린 고문은 기자가 된 첫해부터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과 인연을 맺은 'TSMC 전문가'다. 그는 최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 집약적인 연구개발(R&D) 과정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린 고문은 "블루칼라 노동자에게 필요한 제도일 순 있지만 지식노동자에겐 업무 시간이 없다"며 "실제로 엔비디아에 다니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정이건 새벽 2시건 젠슨 황의 질문에 수시로 답을 주고받는 게 당연시된다"고 말했다. TSMC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아이폰 칩을 단독으로 공급하게 된 근간에도 노동력 집중이 있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삼성, 인텔과 10나노 공정 개발을 두고 경쟁하던 2014년 TSMC는 초유의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R&D 인력들에게 '기본급 30% 추가 지급, 성과급 50% 지급'을 내걸고 24시간 3교대로 개발에 몰두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이뤄 내년에 출시하는 아이폰17 시리즈에까지 TSMC의 칩셋이 장착된다.
린 고문은 "TSMC 직원들은 퇴근하고도 집에서 일을 하는 게 당연한 문화"라며 "반도체 산업에서의 혁신은 대규모 자본뿐 아니라 노동 집약적인 R&D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가 요원하다. 정치권에서 여전히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규정'을 두고 여야 간에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린 고문은 이와 함께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를 향해 "파운드리 등 사업부 분사를 통한 전문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도의 기술력과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다양한 사업부를 영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니까지 반도체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안이 유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린 고문은 "회사를 분할해 사업부를 단위별로 쪼개고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면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효율성에 효과적"이라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다면 전문성을 통해 생존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이 고급 엔지니어 인력 양성에 집중해 '초격차 삼성'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린 고문은 "대만의 삼성전자 부품공급업체(벤더) 사이에서 과거보다 삼성전자 엔지니어의 벤더 관리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은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부품 개조까지 가능한 유능한 인력이었다"며 "고급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린 고문은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서 외국인 이사 비중을 늘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TSMC의 경우 현재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미국, 영국 등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외국인 이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이 투명성과 글로벌 기준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자본시장에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린 고문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사회에 재진입해 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모리스 창은 TSMC의 영혼으로서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CEO)였다"며 "TSMC의 문화와 운영 원칙, 즉 DNA를 조직 깊숙이 심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석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