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베토벤’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성량과 전설로 남은 베토벤 명곡들이 뮤지컬 음악으로 재탄생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다만 이 화려한 재료들이 몰입감이 큰 서사를 이뤘는지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뮤지컬 ‘베토벤’은 국내 공연기획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작사가 미하엘 쿤체와 함께 창작해 서울에서 202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까지 했던 이 작품이 3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올랐다. 기존 부제에서 ‘시크릿’을 덜어내고 ‘베토벤’이라는 제목만으로 관객 앞에 섰다.
가장 큰 변화는 서사다. 초연은 베토벤의 ‘금지된 사랑’을 다뤘다. 그가 남편이 있는 여성 안토니 브렌타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엔 이 로맨스를 덜어냈다. 안토니는 베토벤의 연인이 아니라 ‘영원한 친구’로 그려진다. 베토벤은 청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에서 예술적 고뇌를 이어가고, 친구의 지지는 그가 좌절 속에서도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거름이 된다.
방향을 전환한 의도는 분명하다. 베토벤의 예술가로서의 내면에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작품은 1810년을 배경으로 제대로 된 교향곡을 쓰지 못하게 된 천재 작곡가가 점차 고립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귀족 사회의 무시와 청력 상실이 주는 공포 등이 무대를 채워간다. 베토벤에게 들리는 이명을 표현한 음향과 조명은 관객들도 그의 심정을 체감하게 한다.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음악이다. 베토벤이 창작한 명곡들이 뮤지컬 음악의 재료다. ‘비창’ ‘월광’ 등 베토벤의 대표 명곡이 현대적인 뮤지컬 음악으로 재해석돼 녹아 있다. 클래식의 엄숙함과 대형 뮤지컬의 에너지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엔 음악적 구성도 새로 다듬었다. 신곡 ‘포에버 트루’(Forever True)를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엮어낸 베토벤과 안토니의 듀엣곡이 추가됐다.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가수 겸 배우 박효신과 ‘지킬앤하이드’ 등 여러 작품서 주연을 맡아 팬덤이 탄탄한 배우 홍광호 등이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음악을 소화한다.
전설로 남은 음악과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에게 짜릿한 순간을 선사한다. 공연 말미,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알려진 ‘합창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휘를 마친 베토벤이 퇴장하는 장면에서 뮤지컬 관객들은 실제 그가 작곡하고 지휘한 음악을 실시간으로 즐긴 것과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결말로 가는 길은 의문으로 남는다. 관객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고, 그럼에도 위대한 음악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청력을 잃는다, 고통스럽다, 친구의 지지 속에서 극복한다, 마침내 환희에 이른다’는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인물의 고통이 이어지지만 관객에게 와닿는 새로운 질문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초연에서 왜 논란 소지가 있는 불륜 서사를 포함했는지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공연은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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