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준우승만 9번을 기록하며 좌절하는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올해 3승을 거둘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박현경이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
박현경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다. 귀여운 외모와 발랄한 성격, 골프 실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다만 이름값과 실력에 비해 우승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있었다. 큰 기대를 받고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루키 시즌 우승이 없었다.
2020년 2승, 2021년 4월 1승을 거둔 후 지난해 10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우승 없이 2등만 9번을 기록하며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런 박현경은 올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우승을 시작으로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맥콜·모나 용평 오픈 등 3승을 거두며 시련을 이겨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박현경은 “우승이 없었던 2년 반 동안 골프가 그렇게 안 됐던 것도 아니다. 슬럼프도 아니었고 공이 안 맞았던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기회를 살릴까’ 고민도 정말 많이 했고 발버둥을 쳤는데도 우승이 잡히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좌절과 성공을 모두 맛본 박현경이 느낀 건 ‘나의 시간이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박현경은 “무엇이든 타이밍이 맞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처럼 좋은 한 해를 보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시즌 3승, 상금 11억 원 돌파, 대상·상금 랭킹 2위 등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후회되는 것 딱 한 가지는 ‘하반기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톱10’에 들면 대상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던 박현경은 대회를 공동 25위로 마무리하고 개인 타이틀 수상에 실패했다.
박현경은 “최종전을 마치고 골프장을 떠나려고 차에 탔을 때 너무 아쉬웠다. 사실 10월부터 ‘대상’ 생각이 계속 났다. ‘톱10에 무조건 들어서 포인트를 따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제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잘한 게 더 많았다. 아쉬움은 내년에 채우면 된다”면서 “목표를 이루는 데는 순서가 있다. 올해 타이틀 경쟁을 했으니 내년엔 꼭 대상을 타겠다”고 부연했다.
어느덧 투어 6년 차를 맞은 그는 “예전에 비해 성숙해진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마인드 셋’은 아직 멀었다고 자평했다. 박현경은 “예전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입이 나온 채 경기했다. 오죽하면 ‘삐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감정 기복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책을 통해 멘탈 훈련을 한다는 박현경은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혼자 책 읽으러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에어팟과 노트, 책 2권을 들고 카페에 가서 디저트와 음료를 시키고 2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책에서 좋은 문구가 나오면 노트에 옮겨 적고 체화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현경의 강점은 ‘성실함’이다. 스스로도 성실함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평할 정도다. 박현경은 KLPGA 투어에서 6년 동안 156경기를 뛰면서 단 한 번도 기권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78타를 쳐도 끝까지 완주했다.
박현경은 “못 걸어 다닐 정도가 아니면 무조건 끝까지 경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기권하는 건 제가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자기관리도 열심히 해 부상 없이 모든 대회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박현경은 더 나은 내년 시즌을 위해 오는 1월 16일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는 “골프는 한, 두 가지 장점으로는 잘 칠 수 없다. 모든 부문에서 잘해야 한다. 비거리, 체력, 아이언, 퍼트 전 부문을 향상하기 위해 다시 점검하고 보완하겠다”며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박현경이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
박현경이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
박현경이 최근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