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14년만에 ‘다만 여행자…’ 출간
딸 호원숙 작가 “엄마가 건네준듯”
문학가 박완서(1931∼2011)가 작고한 뒤 새롭게 발견된 산문 다섯 편이 책으로 출간됐다. 7일 발행된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없다면’(문학동네·사진)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박완서 작가의 미발표 원고 다섯 편이 실렸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됐던 산문집 ‘잃어버린 여행가방’(실천문학)에 다섯 편을 추가해 새로 발간된 것이다. 박 작가의 딸인 호원숙 작가는 서문에서 “새롭게 들어간 글 다섯 편은 모두 우연히 발견했다”며 “어머니가 스크랩해 놓은 이 글들은 마치 ‘이런 글도 있었단다’ 하며 어머니가 건네주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새로 발견된 수필은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 삶의 봄을 만들자’와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며 얻은 깨달음을 쓴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 어릴 적 고향에서 뱀장어를 잡던 기억을 그린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 대하소설 ‘미망’을 쓴 계기를 담은 ‘미망(未忘)에서 비롯된 것들’, 백두산에 가서 본 장대한 풍경을 묘사한 ‘천지, 소천지, 그리고 어랑촌 가는 길’ 등이다.‘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에서 박 작가는 친구와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가 길을 잘못 든 동네에서 우연히 맛있는 백반집을 발견하고 “내 나름으로 생각하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바로 “호강”이라는 깨달음에 대해 얘기한다.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엔 가난한 시절 숙부가 잡아준 뱀장어를 구워 먹었던 추억이 담겼다.
‘미망에서 비롯된 것들’에선 미망을 쓴 계기가 어린 시절 숙부에게 들은 이야기를 잊지 못해서였다고 털어놓는다. “너무 오래 가지를 키웠나 보다. 장장 오천 장이 넘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며 “대부분의 내 소설은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썼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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