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시장에서 천연 해수 진주(Natural Saltwater Pearls)는 멸종에 가깝다. 진주를 품을 수 있는 건강한 조개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의 조개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되곤 하는 진주는 원래가 극히 희소한데, 남획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적’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진주는 인간의 손길을 거친 양식 진주다. 이 시대에 보석으로 가치가 있는 천연 진주를 마주하는 일은 하이엔드 보석 경매장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과거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 속에서, 박물관의 유리장 너머에서, 오래된 왕관 위에서나 볼 수 있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 가던 천연 진주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188년 역사의 주얼리 하우스 티파니(Tiffany & Co.)가 ‘버드 온 어 펄(Bird on a Pearl)’ 하이 주얼리 캡슐 컬렉션을 공개하면서다. ‘버드 온 어 펄’은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상징적인 아이콘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쟌 슐럼버제의 예술성에 대한 찬사
1960년대 어느 날 전설적인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시선은 우아한 노란색 코카투(Cockatoo)에 머물렀다. 코카투는 앵무새과에 속하는 새로 머리 위 장식 깃털이 특징이다. 이 새에서 영감 받아 쟌 슐럼버제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한 마리의 작은 새가 보석 위에 생동감 있게 내려앉은 모습을 브로치로 탄생시켰다. 슐럼버제가 1965년에 처음 선보인 버드 온 어 락은 하이 주얼리의 영원한 고전이자 티파니의 상징이 되었다.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스타일 리더들의 어깨와 가슴 위에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작은 새의 탄생 30년 뒤인 1995년 티파니가 이 ‘버드 온 어 락’ 브로치에 티파니 다이아몬드(Tiffany Diamond)를 세팅하면서 새로운 정점에 이르렀다. 이는 창립자 찰스 루이 티파니와 쟌 슐럼버제를 하나로 엮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제는 이 작은 새가 날아올라 천연 진주 위로 자리를 옮겼다.
'버드 온 어 펄' 진주 위에서 날갯짓하는 새
이번 하이 주얼리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티파니의 수석 예술 감독 나탈리 베르데유(Nathalie Verdeille)는 쟌 슐럼버제의 디자인을 되살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천연 해수 진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양식 진주가 규격화된 공정을 거친 산물이라면, 천연 해수 진주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모태가 수만 분의 일 확률로 세상에 내놓은 기적이기 때문에 완벽한 구형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진주의 곡선을 따라 새가 자리를 잡은 형상을 주얼리로 구현해 낸 것이다.
새 모티브가 바로크 형 또는 드롭 형의 진주 위에 앉아 있는 디자인과 새의 머리나 몸을 진주로 세팅한 캡슐 컬렉션의 피스는 유기적이고 대담한 형태를 보여준다. 더불어, 진주의 그라데이션 색상과 다양한 형태는 봄의 부드러운 빛, 여름의 따스한 햇살, 그리고 가을의 섬세한 색감을 떠올리게 한다. 각 피스는 자연이 만들어낸 진주 특유의 깊이 있는 광택의 아름다움 위에 생명이 내려앉은 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천연 해수 진주의 독보적인 존재감
버드 온 어 펄을 위해 티파니가 선택한 진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 귀한 보석이 티파니의 작은 새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진주 권위자이자 수집가인 후세인 알 파단(Hussein Al Fardan)과의 파트너십 덕분이다. 그는 걸프 지역의 깊은 심연에서 수집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천연 진주들을 티파니에 선사했다. 티파니는 올해로 3년 연속 그의 컬렉션에서 진주를 선택할 수 있는 독점적인 기회를 얻었다.
천연 진주가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극도의 희소성과 고귀한 탄생 과정 때문이다. 외부에서 우연히 침입한 작은 이물질을 조개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수년간 수천에서 수만 번 진주층을 겹겹이 쌓아 올리면서 진주는 만들어진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하고 긴 시간 정성으로 길러내는 인고의 시간과 유사하다. 이 귀한 '바다의 선물'은 인간의 기획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오롯이 자연의 생명력이 허락해야만 얻을 수 있다.
진주와 만난 티파니의 예술성과 장인 정신
이번 컬렉션은 새 모티브의 역동적인 자세와 새의 몸을 진주로 세팅한 디테일이 특징이다. 쟌 슐럼버제의 아카이브에서 영감 받은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의 피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버드 온 어 펄 컬렉션의 압권은 세 가지 브로치다. 첫 번째 피스는 11.29캐럿의 오렌지 브라운 및 화이트 바로크 천연 진주, 브라운 다이아몬드, 루비,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이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채의 대비를 완성했다.
두 번째 피스는 23.29캐럿의 라이트 크림 및 화이트 바로크 진주, 루비,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브로치로 고전적인 우아함과 현대적인 화려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마지막 피스는 10.21캐럿의 오렌지 브라운 및 화이트 세미 바로크 진주, 스타 사파이어, 핑크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스타 사파이어는 보석 표면에 별이 나타나는 신비로운 아스테리즘(Asterism) 현상을 드러내며 천연 해수 진주와 한 몸을 이룬다.
세 점의 브로치는 대담한 창의성과 정교한 기술력으로 자연이 내어준 진귀한 보석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다. 각 작품은 단 하나뿐인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천연 진주를 품은 2026년 버드 온 어 펄 하이 주얼리 캡슐 컬렉션은 경이로움 그 자체가 되었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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