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가보니
최고은·노혜리 작가 2인전
동파이프로 건물 내외부 관통
소설가 한강 설치물은 바닥에
애도와 포용의 공간으로 재탄생
일본관과 사상 첫 협업도 눈길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어서,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도입부 장면이다. 흰 눈밭 위에 검게 탄 앙상한 나무들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은유한다.
이 장면을 모티브로 한 한강 설치 작품 ‘장례식(Funeral)’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에서 공개됐다. 몸을 기울여야만 제대로 볼 수 있게끔 바닥에 놓인 것이 인상적이다. 흰 눈을 형상화한 소금 더미 위에 키가 서로 다른 검은 나뭇가지 수십 개가 휘어진 채 심겨 있다. 2018년 미국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이번엔 선반이 아닌 바닥에 깔린 전시 방식이 다르다.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라는 주제를 펼친 최빛나 예술감독은 “관람객이 의자에 앉아 몸을 기울여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며 “애도하는 자세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르디니 공원에 위치한 한국관은 노혜리·최고은 작가의 2인전으로 구성됐다. 바깥에서 보면 한국관 외관은 마치 온몸이 바늘에 여기저기 찔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최고은 작가의 설치물 ‘메르디앙’으로 동파이프로 작업한 것이다. 파이프는 인접한 일본관 앞마당까지 뻗어있어 새로운 연결을 모색한다.
요새를 형상화한 최고은은 “바늘의 의미는 이중적”이라며 “신체를 공격하는 동시에 막힌 혈을 뚫는 침술의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노혜리 작가는 4000여 개의 오간자(얇고 빳빳하며 속이 비치는 직물)로 한국관 내부를 둥지로 형상화했다. 한강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협업해 연대와 포용의 공간으로 확장을 꾀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관과 바로 인접한 일본관과의 협력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고은 작가의 파이프 작업이 한국관을 넘어 일본관 마당까지 뻗어있을뿐더러 ‘풀 아기들, 달 아기들’이라는 주제를 펼치는 일본관의 아기 인형이 매일 한 차례씩 한국관으로 산책을 오게 된다. 베네치아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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