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대신 소녀시대 '다만세'… K팝으로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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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집회 현장서 울려퍼지는 K팝
공감사는 가사·떼창으로 新민중가요 등극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탄핵해야지' 개사도
'다시 만난 세계' 스트리밍, 계엄 후 23% 증가
"MZ세대 집회참여 크게 늘어 … K팝 큰 역할"

  • 등록 2024-12-12 오전 9:06:52

    수정 2024-12-12 오전 9:21:32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 슬픔 이젠 안녕’(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中)

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촛불집회 현장을 섭렵하고 있다. 2024년판 신(新) 민중가요로 불리며 촛불민심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탄핵 정국 여파로 최근 일주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K팝 인기곡이 민중가요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과거엔 투쟁적인 성격이 강한 노랫말이 담긴 민중가요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새 시대를 염원하고 힘을 북돋는 노랫말이 담긴 K팝이 집회현장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세븐틴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거북이의 ‘빙고’ 등이 대표적이다. ‘파이팅 해야지’의 경우 후렴구 노랫말을 ‘탄핵해야지’로 바꿔부르고, ‘빙고’의 경우 ‘모든게 마음 먹기 달렸어 /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등의 노랫말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공감을 사면서 떼창을 유발하고 있다. 심지어 ‘다시 만난 세계’의 후렴구 파트에선 집회 참가자들이 화음까지 넣어 떼창 하는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반복적인 노랫말이 나오는 후크송도 인기다.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에스파의 ‘위플래시’, 샤이니의 ‘링딩동’ 등이 대표적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떼창하며 강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응원봉과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주말(7~8일) 이틀 내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20대 여성 김모 씨는 “추위는 매섭지만 ‘다시 만난 세계’라는 곡을 함께 부르면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된 것만 같다”며 “노래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게 됐고, 노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을 방문한 50대 여성 박모 씨는 “확실히 집회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 MZ세대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젊은 세대가 부담감 없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K팝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사 효과로 음원 스트리밍도 늘었다. 12일 음원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12월 3∼9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직전 일주일(11월 26∼12월 2일)보다 23% 증가했다. 17년 전 발표된 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각종 시위 현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고, 유튜브·틱톡 등 영상을 통해 이 곡을 접한 누리꾼들의 스트리밍이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선거철에 K팝 노랫말을 개사해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하곤 하는데, 이젠 집회 현장에서도 K팝이 울려 퍼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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