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미군 운용 조정 공식화]
ICBM 관측 깨고 순항미사일 도발
트럼프 러브콜에 수위 조절한듯
‘대화 원하면 훈련 취소하라’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를 제안한 가운데 북한이 25일 서해상으로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이 첫 도발에 나선 것.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당초 관측과 달리 유엔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순항미사일을 택한 것을 두고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북한 발표에 따르면 25일 발사된 미사일은 여러 발로 7507초(2시간 5분 7초)∼7511초(2시간 5분 11초)를 비행하며 1500km 구간을 날았다. 타원 및 8자형 궤도로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비행 시간이나 궤도 등으로 볼 때 북한이 지난해 1, 2월 발사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은) 영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과 본분에 항상 책임적으로 분투할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평화와 안정 수호’는 북한이 2023년 9월 핵무력 강화를 헌법에 명시하며 명분으로 내세웠던 표현인 만큼 이번에도 핵무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은 지난해 1월 ‘불화살-3-31형’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해군의 핵무장화’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공식화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만큼 수위 조절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는 도발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현재 북한 내에 ICBM이나 정찰위성 발사 임박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다만 북한은 이날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에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에서 21∼24일 진행된 한미 공군 쌍매훈련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와 대화하고 싶으면 연합훈련을 취소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훈련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북-미 정상 대화 재개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리처드 그레넬 특임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8월 한미 연합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취소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에서 훈련 취소 등과 관련된 연락은 오지 않았다”며 “3월 연합연습은 일정 등이 확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성과 전례로 볼 때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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