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비싸고 동남아는 무섭고"…요즘 뜨는 해외여행지 [트래블톡]

1 day ago 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여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여행은 소수만 더 많이 가고 다수는 덜 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국내여행은 비용을 아끼려는 선택이 오히려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26 국내·해외 여행소비자 행태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여행객의 1회 평균 지출액은 약 175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여행 1회 총경비는 약 23만원으로 해외여행과 비교하면 약 7배 차이다. 해외여행 1일 평균 지출액 역시 약 27만원 수준으로 국내여행 전체 비용을 웃돈다.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사진=컨슈머인사이트

비용 격차는 분명하지만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숙박·외식 물가 상승과 함께 주요 관광지에서 불거진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는 비싸서 포기하고, 국내는 만족도가 낮아 외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역 관광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비계 삼겹살'이나 '바가지 요금' 같은 사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도하게 이슈화·일반화되면서 지역 관광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물가 삼승을 감당할 여행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단거리 근거리 선택 경향은 심화했고, 주말 또는 계절 관광지를 선택하기보다는 근거리 대도시 중심의 여가활동이 증가해 지방·중소도시의 관광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계 착시 뒤에 숨은 '소비 양극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 및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 및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여행 시장의 회복세는 통계가 만들어낸 착시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상 전체 출국자 수는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실제 해외여행 경험률은 코로나 이전의 약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수의 소비자가 해외여행을 포기한 반면, 소수의 고빈도 여행객이 여러 차례 출국하며 '회복'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낸 결과다. 여행 회복이라는 지표 뒤에 소비 양극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숨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환율의 영향은 여행을 떠나기 전 단계부터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여행 관심도는 2023년 반등 이후 2024~2025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부담과 글로벌 물가 상승이 겹치며 미주-유럽 등 원거리·고비용 여행지는 '가고 싶은 곳'이 아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지'로 분류되고 있다. 여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경제적 판단이 우선되고, 아예 해외여행을 관심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보고서는 여행 관광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가 가장 지출을 늘리고 싶어했던 여행이 가장 지출을 줄여야 할 항목으로 변했다"며 "소비자의 외면에 더해 사업자들은 자금·인력 확보 등 사업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지난해보다 더 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여행 선호 여행지는 경제성과 안전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됐다. 남태평양·미주·유럽 등 고비용·고물가 지역의 관심도 하락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환율 부담이 직접 반영되며 감소 폭이 컸다. 가성비 여행지로 꼽히던 동남아시아 역시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한국인 관련 범죄, 납치 등 부정적 이슈에 관심도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반면 일본은 전체 응답자의 36%로 독보적 1위를 유지했고, 무비자 정책을 앞세운 중국(13%)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에 신규 예약은 단거리로 집중되는 추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중국 상하이는 향후 일본 재방문(N차) 여행객 수요도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