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지금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꽤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전망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고 있어서 당장은 문제가 아니지만, 만약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로베코 2025년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로베코(Robeco)는 1929년에 설립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로베코 2025년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엑세스 커뮤니케이션) |
로베코자산운용은 내년 글로벌 증시 전망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착륙 없음) △낙관적 시나리오(꿈같은 상승) △비관적 시나리오(꿈 깰 시간)의 총 3가지로 구성됐다.
우선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긴축 사이클 정점’의 진통이 지나간 상태다.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낮아지며, 긴축적 금리 수준도 지금보다 완화된다. 유럽연합(EU)은 경제 상황이 기존에 악화됐던 수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세계에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여러 경기 부양책들이 도입되면서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다소 상세할 수 있게 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낮아지지만 경제 성장이 계속 강하게 유지돼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도 획기적 개선은 어렵더라도 지금보다 나아지게 된다.
또한 중국의 잉여 생산과 잉여 생산능력(캐파)도 다른 글로벌 시장에 잘 흡수된다. 기업들은 두 자릿수 실적 성장률을 달성해서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는 수준에 이른다.
반면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와 무역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고, 지정학적 갈등이 더욱 심해진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또다시 공급 쇼크에 직면하며, 국제유가가 상승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미국 정부의 압력에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 미국의 막대한 관세로 중국 내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다.
크랩 대표는 내년 글로벌 증시가 부정적 결과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들이 현재의 주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큼 잘 성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로베코 2025년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엑세스 커뮤니케이션) |
그는 “지금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꽤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수준에 비해서도 높고, 유럽·아시아태평양 등 다른 시장과 비교해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 기업들이 전망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고 있어서 당장은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높은 상태기 때문에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가 하강(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크랩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확장적 재정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로베코자산운용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으로 △주식 추가 △투자등급(IG) 채권 비중 축소 △국채 추가를 소개했다.
그는 “로베코자산운용은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경제 전망 자체가 전보다 밝아졌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등급(IG) 채권의 경우 주식시장을 반영해서 수익률 스프레드가 축소된 상태기 때문에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프레드’란 기준금리와 실제 거래에서 적용한 금리의 차이를 말하며, ‘가산금리’라고도 한다.
로베코자산운용 포트폴리오 포지셔닝 (자료=로베코자산운용) |
스프레드 축소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채권 가격 상승)는 뜻으로, 발행사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낮은 채권 금리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다. 즉 ‘수익률 스프레드 축소’는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이어 “미 국채 10년물의 경우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 확대에도 수익률이 상승했기 때문에 지금 현재 기준으로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