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다울링, 서해 해무 연구 주제로 박사 논문 작성
‘한국해역 정통’ 지오시스템리서치에 자문 받는 중
“서해 해무 차가운 바닷물, 따뜻한 바람 만나 발생”
“백령도 부근 서해 바다 속 중간 깊이에 염도가 매우 낮은 수층이 보이는데, 무슨 일인가요?” (지오시스템리서치 전동철 박사)
“아마 한강의 담수가 들어온 듯 합니다.” (앤 다울링 미국 노터데임대학 박사 후보자)
“조사 해역의 낮은 염도의 해수는 거리가 먼 한강보다는 북한 담수의 유입으로 해석하는게 더 좋을 듯 해요. 비록 표층이기는 하지만 인공위성 자료를 한번 찾아보세요. 북한 유입의 근거를 얻을 가능성이 있어요” (전동철 박사)
최근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환경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지오시스템리서치 세미나실에서 장경일 지오시스템리서치 부회장(전 서울대 교수) 주제로 이례적인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미국 대학에 소속된 미국인 박사 후보생이 한국의 해양과학기술 전문가들 앞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인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주 소재 노터데임대학 공대 환경유체역학실험실 소속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앤 다울링은 현재 심사중인 박사 논문인 ‘조석 혼합 전선 가장자리에서의 안개 형성 역학’(the dynamics of fog formation along the edge of a tidal mixing front)을 지오시스템리서치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했다.
논문은 미국 노터데임대학을 중심으로 미국의 해군대학원, 유타대, 미네소타대 및 스크립스해양연구소와 한국의 KIOST 및 지오시스템리서치가 연구팀을 꾸려 진행한 서해 해무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구성됐다.
앤 다울링은 조사 해역인 서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국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지도교수(H,J,S 페르난도)의 지시에 따라 지오시스템리서치 기숙사에 머물면서 분석 및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오시스템리서치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해양물리학 전공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인 이재학박사,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김광열 및 장경일 부회장, KIOST 출신 전동철 박사 등이 포진해 있다.
미국 학계가 서해 해무를 주목하는 이유
노터데임대학은 바다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기상 현상 가운데 하나인 안개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에 나섰다. 이는 나노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에 걸친 프로세스의 상호작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난제로 손꼽힌다.
이에 노터데임대학은 서해를 포함해 전세계 3곳을 연구해역으로 삼고, 2021년부터 …해양-대기 에서의 안개와 난류의 상호작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FATIMA(Fog And Turbulence Interactions in the Marine Atmosphe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2023년 6월 20일부터 7월 9일까지 20일간 서해에서 해무의 원인과 소멸을 규명하기 위한 탐사를 진행했다.
해무는 바다와 해안지역에서 발생하는 안개인데, 이로 인해 선박의 안전한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항만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낳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해양환경 및 대기 요소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탐지 및 예측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합동 연구팀은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해무가 발생하고 사라지는 전 과정에서 수중-해양-대기 상태를 3차원으로 면밀히 관찰하고, 해무와 난류의 상관관계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오시스템리서치는 작년 2월 제주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전세계 FATIMA 연구진 40여명이 모두 모인 가운데 열린 FATIMA 프로젝트 분석 및 평가 워크숍을 주관했다.
서해 자료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장경일 부회장은 “탐사를 통해 해무의 발생부터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해무 발생을 예측하는 기술의 정확도를 높여 안전한 해양환경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에서 이뤄진 현장 탐사에 미국 연구진으로 참여한 앤 다울링은 당시 획득한 자료를 토대로 박사 논문을 작성해 장경일 부회장 등 한국 전문가들에게 점검을 받기 위해 방한한 것이다.
논문은 서해의 경우 차가운 저층수가 표층으로 올라 올 때 따듯한 대기를 만나 생기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해무 발생 연구 확장하는 미국
미국은 해무 발생에 관한 FATIMA 연구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후속 연구 시리즈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터데임 대학은 MARBLES(Marine Atmospheric Research on Boundary Layers over East China/Yellow Sea, 동중국해/서해 해양-대기 경계층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이달 26일 서울에서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 이뤄진 해무 연구의 발견과 추가로 채워야 할 지식은 무엇인지를 놓고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워크숍을 주관하는 지오시스템리서치 장경일 부회장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적 프로젝트여서 연구 대상을 해무에서 구름까지 확장할지 여부 등 학자들 사이에 논의할 게 많다”며 “이를 위해 사전에 한국 학자들까지 모여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해무 연구를 주도하는 노터데임대학이 MARBLES 프로젝트를 통해 동중국해와 서해를 콕 집어 연구해역으로 삼은 데 대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최근 서해의 내해화 및 동중국해에 대한 굴기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철제구조물을 설치하며 이를 …어업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겹치는 서해 지역에 항해 금지 구역을 선포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에 이어 동중국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