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봉쇄… 내부통제 시스템 ‘제로 베이스’ 재설계

3 days ago 2

[Money&Life] NH투자증권
임원들, 국내 주식 신규 매수 금지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 공식화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부터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부터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NH투자증권 제공
국내 증권업계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춘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자본시장과의 접점이 넓어진 점도 내부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가와의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국내 증권사에 요구되는 내부통제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준을 넘어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해외 기관투자가와의 협력 여부를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전직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투자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한정하지 않고 구조 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사장)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특정 부서가 관리하는 영역이 아니라 경영진과 현장 실무자가 함께 책임지는 전사적 과제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전담 조직(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미공개정보 이용 방지 시스템부터 임원 책임 구조, 교육 과정, 제보 및 사후 관리 절차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주도해 사태를 봉합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의 위험 관리 시스템 전반을 손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내부통제 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처음부터 위험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사고 발생 후에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기존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공개정보 취급 임직원 관리 시스템에 등록되는 순간부터 주식 매매 제한 조치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조직에 있는 직원들은 부서장의 사전 승인 없이 국내 상장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전산 시스템도 올해 2월 적용했다. 또 NH투자증권 임원 전체를 대상으로 국내 상장 주식 신규 매수를 전면 금지했고 가족 명의 계좌 감시 체계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임원 전체가 100% 준법 서약서를 제출했으며 계좌 현황과 거래 내역의 자발적 신고 의무까지 포함됐다. 중대 위반 사건은 한 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엄중히 대응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도 공식화했다.

조직 운영 구조도 바뀌었다. 각자 대표 체제를 새로 도입하며 사업 부문별 책임과 권한의 경계를 구분하고 의사결정 단위를 구체화했다. 위험 관리 단위를 쪼개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나누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시스템 개편 이후 한앤컴퍼니, 베인캐피털, EQT파트너스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공개 매수 거래 건을 연이어 중개하기로 확정했다. EQT파트너스가 추진하고 있는 더존비즈온 공개 매수는 2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글로벌 사모펀드는 중개 증권사를 선정할 때 거래 실행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 차단 장치, 이해충돌 관리 등 내부통제 시스템 수준까지 면밀하게 따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전직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사모펀드의 대규모 거래를 연이어 중개하게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책임의 범위를 경영진과 이사회로 넓히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도입한 임원 책임 강화와 미공개정보 이용 사전 차단 중심의 통제 구조를 더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스템 적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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