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거나 물러날 예정이거나…대한민국 내각 '초토화'

1 week ago 6

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국방·법무·행안부·감사원 등
5곳 기관장이 공석·직무정지
'불똥 튈라' 후임도 자리 고사
계엄수사에 경찰 대규모 투입
대공업무 등 치안공백 우려도
"한덕수 거취는 나중에 고민"
민주, 총리 운명도 '쥐락펴락'
"야당이 국정 망쳐" 지적도

◆ 비상계엄 후폭풍 ◆

사진설명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시권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이 되든 안 되든 국정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로 탄핵소추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내각이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치안을 맡고 있는 수장들이 탄핵되거나 자진 사퇴해 공석인 데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관들도 향후 12·3 비상계엄 관련 경찰 수사로 줄소환될 예정이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3일 매일경제가 장관급 이상 고위 정부 인사 현황을 종합한 결과 국방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5곳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직무정지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경찰청장도 직무정지됐다. 이들 부처와 기관은 국가안보·치안·범죄수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국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0일 구속 수감됐고, 지난 8일 사퇴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사상 첫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다.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도 지난 5일 탄핵됐는데, 국가 최고감사기구인 감사원의 현직 수장 탄핵 역시 사상 처음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일찌감치 탄핵됐는데,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 사퇴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범위를 검찰과 군 지휘부로 확대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회는 지난 5일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불기소한 걸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중앙지검 핵심 수사라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또 비상계엄 여파로 군 수뇌부 16명이 직함을 잃거나 수사 대상이 됐다.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사령관들이 줄줄이 직무정지되고 소속 주요 간부도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군 핵심 부대 지휘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다.

경찰 13만여 명을 총괄하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서울 치안 책임자인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1일 내란 혐의 등으로 동시에 긴급 체포되면서 경찰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 피의자로 직무에서 배제된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을 비롯해 집회 관리를 책임지는 서울·경기남부청 경비 라인과 일선 경찰서장까지도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영 경기남부청장은 이미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을 투입한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만약 김준영 청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 수도권 치안 책임자가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비상계엄 수사로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0명을 소환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공석인 장관직을 회피하는 기류가 뚜렷해 장관 부재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장관 후임으로 3성 장군 출신 4선 중진 한기호 의원을 지명하려 했지만 한 의원은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지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난망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총리가 계엄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한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리까지 (탄핵) 했을 때는 국민이 우려한다"며 "일단 윤석열 탄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의원총회 직후 "한 총리 탄핵은 이번주에 물리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 수장들의 공백 사태 후폭풍은 국정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 경제·안보의 핵심인 미국과의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5일로 예정됐던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연기됐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방한 일정을 보류했다. 13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3국 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도 미뤄졌다.

야당이 정치 공세와 별도로 국정 공백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21세기 우리나라는 과거 계엄 사태 때와 달리 경제·외교·안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라며 "야당이 국내적 시각에만 의존한 탄핵 공세보다 여러 측면을 감안해 어느 정도 국정이 굴러갈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안정훈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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