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결성 뒤 한 번도 모이지 않고… 단체대화방도 없이 책으로만 대화
“앉아서 쓰면 다 티가 난다” 공감대
플랫폼업체의 별점에 전전긍긍 등
발품 팔아 노동자 애환 생생히 그려
1일 출간된 소설집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문학동네)에 수록된 황시운 작가의 단편소설 ‘일일업무 보고서’의 줄거리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일의 쓸모’에 대한 고민을 다루면서, 실제로 장애인 재택근무를 겸업하는 작가의 경험도 담겨 묘사가 핍진하다.
‘내가 이런 데서…’는 특별한 점이 또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취지로 출범한 문학 동인(同人) ‘월급 사실주의’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장강명 작가가 2022년 6월 김의경, 정진영 작가와 합심해 기획했다.
작가들은 동인 참여를 원하는 11명이 모였을 때 여러 출판사에 직접 기획안을 보냈다. 이후 해마다 동인지의 성격을 띤 소설집을 내고 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먹고사는 문제를 다룬 한국 문학이 드물다는 공감에서 출발했다. 장 작가는 “2000년대 들어 한국 노동시장이 둘로 쪼개지던 시기에 그 실태를 사실적으로 알리고 비판한 작품은 소설보다 드라마나 웹툰이 먼저 떠오른다”며 “우리 시대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나와야 한다”고 했다.이젠 사라지다시피 한 한국 문단의 동인이 등장했단 점에서 반갑지만, ‘월급 사실주의’는 상당히 느슨하게 운영된다고 한다. 결성 이래 단 한 번도 모이지 않았고, 단체대화방조차 없다. 모두 의도적으로, 서로가 만나는 동호회가 아니라 책으로 말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노동소설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념적인 얘기 위주였거든요. 노동이란 단어 자체도 그런 느낌이 있고. 저희는 이걸 다른 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짜로 그 안에서 먹고사는 얘기를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죠.”(정진영 작가)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