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아버지'의 무한도전…"이젠 소설가로 삽니다"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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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아버지'의 무한도전…"이젠 소설가로 삽니다" [본캐부캐]

"PD가 본캐라면 소설가는 부캐죠. 절대 글쓰기를 놓지 않겠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무한도전'을 처음 만든 예능 PD가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본업은 PD, 부업은 소설가. 권석(56) MBC 전 예능본부장 이야기다. 1993년 MBC에 입사해 조연출부터 시작해 부장, 국장, 그리고 예능본부장까지 오르며 대한민국 예능의 한 획을 그었던 권석 PD는 평생을 '예능통'으로 불렸다. '무모한 도전'('무한도전'의 전신), '놀러와',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를 기획했고, 예능 국장, 예능본부장을 거쳐 MBC 아메리카 대표까지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평PD로 돌아왔다. 그사이 소설을 세 권 썼다.

예능 PD로 숨 가쁘게 살아왔지만, 관리자가 되면서 달라졌다. 승진을 할수록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아직 뛰고 싶은데" 싶었다. 방송은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일이라 연출자 의도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혼자, 오롯이 내 의도대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입사 이후 연출자로 정신없이 일에 매몰되다 보니 어느새 관리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했어요. '아직 나도 뛰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은 여러 스태프와 연기자가 협업하는 일이다 보니, 예능의 경우 리얼 버라이어티 특성상 제 의도와 다르게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롯이 제 의도대로, 나 혼자 100% 통제하며 작업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 쓰기 강좌를 등록할 당시 그의 나이는 40대 후반이었다. 글쓰기 강좌에 가보니 자신이 제일 어렸다.

"늦었다 싶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수강생들의 열정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그는 매주 토요일 온라인 화상회의(줌)로 열리는 '문우' 스터디에 합류해 6년째 꼬박꼬박 글을 쓰고 합평을 나누고 있다.

"돈을 내야 본전 생각이 나서 열심히 쓰게 되더라고요.(웃음) 글쓰기를 시작하니 제 삶의 중심이 글쓰기가 됐습니다. 여행을 가도, 사람을 만나도 모든 게 글의 모티브가 되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죠. 스터디의 가장 큰 장점은 데드라인 효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분량을 뽑아내야 하니까 창의력을 쥐어짜 내게 되고, 그렇게 꾸준히 쓰다 보니 1년에 한 권씩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첫 청소년 성장소설 '스피드'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7번 떨어지고 8번째 낸 공모전, 낸 줄도 몰랐던 대회에서 1등으로 당선됐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던 1위 당선 전화를 받은 후 그는 2년 만에 '리무진의 여름'을 내놓았고, 이후 1년 만에 '코미디의 영광'을 내놓았다.

"코미디언이나 연출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재"

'코미디의 영광' 추천사는 유재석이 썼다. 소설을 쓰기 위해 박명수, 서경석, 이윤석 등에게 조언을 구했다. 처음 그가 소설을 쓴다며 친분이 있는 개그맨들에게 연락했을 때엔 반신반의했다고. "뭔 소설이야" 하던 사람들도 권석 PD의 진심을 알아채고선 자신들이 겪어온 희로애락을 디테일하게 털어놨다. 차마 쓸 수 없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공개 코미디가 거의 사라진 지금, 그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에게 왜 이 소설을 썼냐고 물으니 "유명 개그맨의 장례식장에서 게다리춤을 추며 추모하는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며 "코미디언이나 작가, 연출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재"라고 소개했다.

"예능국엔 정말 돌아이와 진상이 많아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자란 저에게 예능국은 세속의 끝판왕이자 소돔과 고모라 같았죠. 조연출 시절 저를 너무 힘들게 했던 네 명의 '마귀'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 힘든 시간조차도 결국 다 소설의 소재와 글감이 됐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버티다 보니 어느새 저도 그 문화에 녹아들었고요."

'무한도전 아버지'의 무한도전…"이젠 소설가로 삽니다" [본캐부캐]

"쓰기 위해 배우고 운동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그는 일상 전체를 재편했다. 체력이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배움도 주저하지 않는다. 청소년 소설 집필을 위해 제빵 학원에 등록해 직접 빵을 만들고 자격증 시험까지 응시했고, 직관적인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크로키 수업도 듣고 있다.

그의 목표는 1년에 한 권 출간이다. 스터디를 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출판사에 폐를 안 끼칠 정도는 팔렸으면 해요. 그래야 책을 계속 낼 수 있으니까."

'스피드'가 영상화 판권 계약을 했찌만, 기대는 크지 않다. 소설이 잘 안 읽히는 시대인 걸 안다. 하지만 방송 경험이 있으니 언젠가 드라마든 웹소설이든 다른 포맷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PD로선 MBC '복면가왕'처럼 50개국에 팔릴 글로벌 포맷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무한도전 아버지'의 무한도전…"이젠 소설가로 삽니다" [본캐부캐]

정년 연장이 됐다. 이제 1년이 귀하다고 했다. TV를 안 보는 시대, 방송국에게도 힘든 시간이다. 그래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책상 앞에 앉는다.

"제가 '직업'이라고 할 때 '직'은 PD, '업'은 소설가라고 생각합니다. '업'은 제게 맞는 일, 소명이니까요. 늦게 시작한 만큼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꾸준히 책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대중의 욕구는 훨씬 더 커질 겁니다. 저는 그때도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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