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촌에서 ‘힙당동’ 되기까지…떡볶이 너머 신당동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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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떡볶이 먹거리 상점가 문주(門柱).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신당동 떡볶이 먹거리 상점가 문주(門柱).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서울 중구 신당동은 한때 떡볶이거리로만 알려진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성 카페와 소품숍, 디자인 작업실이 골목마다 들어서며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힙당동’으로 변신했다. 조선시대 무당촌에서 시작해 서울을 대표하는 트렌드 골목으로 자리 잡기까지, 신당동에는 600년 넘는 도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7일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 ‘신당동: 神·新·Hip’을 발간하고, 신당동이 무속 신앙의 공간에서 피란민 마을을 거쳐 오늘날 청년 창작자와 새로운 상권이 공존하는 ‘힙당동’으로 변화한 과정을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광희문 전경.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광희문 전경.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 죽은 자의 넋을 달래던 곳신당동(新堂洞)은 과거 귀신 신(神)자를 사용하다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새 신(新)자를 사용하게 됐다.

신당동(新堂洞) 이름 안에는 ‘신을 모시는 집’을 뜻하는 ‘신당’(神堂)이 숨어있다. 조선시대 광희문(일명 시구문)은 시신이 도성 밖으로 나가는 통로였는데, 광희문 밖에서 병자를 구휼하던 ‘동활인서’가 있던 곳이 지금의 신당동이다. 당시 도성 안 거주가 금지됐던 무당들은 동활인서에 소속돼 마을을 이룬 뒤 산 자의 병을 고치고 죽은 자의 넋을 달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일제는 신당동 일대에 문화촌(文化村)을 조성하고 근대적 주거지로 재편했다. 광복과 6·25 전쟁으로 해외 귀환 동포 및 전쟁 피란민들이 신당동으로 몰려들며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 시기 ‘신당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현대적 가로망과 주거 기반을 다졌고, 이때 다져진 도시의 뼈대가 지금의 신당동 골격으로 남았다.

싸전거리의 야경.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싸전거리의 야경.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 신당동 정체성 보여주는 4개 골목…외국인 관광객 몰려

광복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골목마다 새로운 상권을 만들었다. 1950년대 마복림 할머니가 시작한 떡볶이거리, 곡물상이 모여 형성된 싸전거리, 판자촌 주민들의 삶이 담긴 개미골목, 일제강점기 철공업의 중심지였던 철공소거리 등은 지금도 신당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최근에는 봉제·의류 산업에 3D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고, 기존 상권 사이로 감성 카페와 신규 브랜드, 디자인 작업실이 잇달아 들어서며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골목으로 변하고 있다.

신당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떡볶이거리뿐 아니라 칵테일 바, 패션 브랜드 등이 해외 SNS와 콘텐츠를 통해 알려지며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을 넘어 서양권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마복림 할머니집’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해외 콘텐츠 영향으로 서양권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뮤지컬 펍 ‘쇼플릭스’의 곽현걸 대표는 “동대문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외국인들이 부담 없이 방문한다”고 했고,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의 최승혁 대표도 “편리한 교통과 동대문 상권과의 연계성이 다양한 국적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칵테일 바 ‘주신당’의 장지호 대표는 “평일 방문객의 약 40%가 외국인”이라며 “한국 십이지신을 콘셉트로 한 공간에 서양권 관광객의 관심이 특히 높다”고 전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신당동은 조선시대 무속 신앙부터 근현대의 주거와 상업, 오늘날 청년 문화까지 서울의 변화가 한 동네에 응축된 공간”이라며 “골목길 곳곳에 쌓인 역사와 생활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神·新·Hip’ 표지.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신당동: 神·新·Hip’ 표지.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제공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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