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살인' 김소영 모방했나…남성 4명 재우고 돈 털어간 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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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최근 사회를 뒤흔든 '강북 모텔 연쇄살인범' 김소영 사건과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한 수면제 범죄가 발생해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결혼정보업체 등을 통해 만난 남성들을 모텔 등에서 수면제로 재운 뒤 수천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다. 전날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강도상해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2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최소 4차례 범행했다고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수면제 등을 조합해 상대방을 잠재울 수 있는 이른바 '레시피'가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어 모방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레시피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돼 파문이 일었다.

두 사건 모두 향정신성의약품을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점과 피의자의 교묘한 변명 방식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범행 도구로 쓰인 성분이다. 이번 의정부 사건에서 A씨가 남성들에게 먹인 약물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소영이 남성 6명에게 음료에 섞어 먹여 그중 2명을 살해했을 때 사용한 성분과 같다. 벤조디아제핀은 본래 불면증이나 불안장애 완화에 쓰이지만, 과다 복용하거나 알코올과 병용할 경우 의식 소실 및 호흡 마비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약물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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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피의자 모두 자신이 앓고 있는 정신과적 질환을 범행의 방패막이로 삼았다.

김소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이유로 처방받은 약물을 범행에 활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약물 소지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는 일상적으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이 타인을 해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 또한 비슷하다. 김소영은 주로 숙박업소 등 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성을 유인해 무방비 상태를 만든 뒤 약물을 먹였다. A 씨 역시 결혼정보업체나 지인 소개를 통해 신뢰 관계를 쌓은 뒤, 모텔이나 거주지 등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발각 이후의 태도 또한 판박이다. A 씨는 현재 "남성들이 스스로 약을 먹었으며, 돈 역시 자발적으로 준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는 과거 김소영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보인 방어적인 진술 태도와 매우 흡사하며,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저항할 수 없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김소영의 범행 이후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김소영 레시피’라 불리는 약물 조합법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약물의 이름과 함량, 구매 경로 등이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하며 퍼지고 있으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의 불법 유통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SNS 내 모방 범죄 조장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김소영 사례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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