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생 수송 자원봉사자
‘지각생’ 위해 새벽부터 대기
전국서 경찰·소방 지원 이어져
“시험을 위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을 우리 아이들이 늦지 않게 수험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부모의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수험생 무료수송’ 안내 팻말이 한눈에 보였다.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수험생의 원활한 수험장 이동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 인력들이 경광봉과 형광조끼를 입고 수험생을 맞을 준비를 서둘렀다.
이날 수험생들의 입실은 오전 6시 30분에 시작해 오전 8시 10분에 마감됐다. 매년 오전 7시 50분부터가 수험생 긴급 수송 피크타임이다. 저출생으로 과거에 비해 수험생 수가 많이 감소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험생도 많아지면서 도로에 차가 예전만큼 붐비지는 않고 지각생도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자원봉사자들은 혹여나 늦어 시험을 못 보는 수험생이 있을까 매년 이날 아침잠을 줄이며 1분 대기조를 자처한다.
퀵 서비스 기사 김성수 씨(50)는 뉴스에서 수험장에 지각해 못 들어가고 교문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9년 전부터 수능 날 아침 학생들을 수험장까지 실어 나르고 있다. 김씨는 “7시 50분부터 슬슬 긴장하고 있으면 8시쯤 태워 달라는 학생이 생긴다”며 “비상 상황에서 학생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도왔다는 게 보람있고 기쁘다”고 말했다.
경복고, 경기상고 등 여러 수능 고사장으로 가는 관문인 3호선 경복궁역에도 수험생을 수송하기 위한 ‘바이크 부대’가 모였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2002년부터 교통편이 필요한 학생들을 수험장까지 태워주는 봉사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최미숙 학사모 상임대표(65)는 “매년 평균적으로 30명의 학생들을 수험장으로 태워 옮기고 있다”며 “오늘도 서울 내 6개 지역으로 수송단을 분산 배치해 학생들의 이동을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25년째 수험생 수송 봉사를 하고 있는 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 윤석현 씨(67)는 “수능 전날마다 내가 수능을 보는 것처럼 긴장이 돼 잠이 잘 안 온다”며 “입실 시간이 촉박해 도로를 역주행해 수험생을 들여보내고 안도의 숨을 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무사히 치르게끔 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 당국의 지원도 잇달았다.
오전 6시 46분께 경남 창원에서는 마산회원구에서 고성중앙고로 이동 중인 차량이 고장나 112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받은 경찰이 순찰차로 수험생들을 이송해 시험에는 지장이 없었다.
수험장을 착각해 시험을 못 치를뻔한 학생도 있었다. 경남 함안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택시가 착오로 수험장인 함안고가 아닌 21㎞ 떨어진 칠원고에 내려 주면서 순찰차가 긴급 이송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험표를 집에 놓고 와 경찰의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대전 중구에서는 경찰의 도움으로 집에 두고온 수험표를 챙긴 사례도 있었다. 충남여고에서 시험을 치른 이 수험생은 집에 수험표를 두고 온 것을 알고 교통관리 중이었던 순찰차에 긴급 도움을 요청해 귀가 후 수험표를 챙겨 수험장으로 들어갔다.
제주시에서는 학교 물탱크 고장으로 수험장 건물 전체 화장실에 이상이 생기면서 소방 당국이 긴급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출동한 소방 인력들은 수험생들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화전을 이용해 30t 가량의 급수를 지원했다. 지혜진 기자·창원 최승균·제주 고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