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교보 주최 제2회 만추문예 시상식
시 김인식·소설 윤재민 당선
“한자, 한자 소중히 쓸게요”
정호승 시인 등 심사위원회
“삶의 깊이가 깃든 작품들
시인·소설가로 재탄생 축하”
“은퇴 후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글을 썼습니다. 나이가 들면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70세의 나이에 꿈을 이룬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서게 돼 굉장히 감사하고 기쁩니다.”
제2회 만추문예의 주인공 시 부문 당선자 김인식 씨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늦깍이 문인으로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는 “시는 결핍을 바라보고 아픔과 눈물을 건져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저는 씨줄과 날줄을 엮어 삶을 꾸려가는 글로 여러분한테 좋은, 온기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만추문예는 매일경제신문과 교보문고가 공동 주최하는 신인 문학상으로 ‘늦가을(晩秋)의 신춘문예’란 뜻이 담겼다. 만 40세 이상 미등단 작가가 대상이다.
이날 만추문예 시상식은 김인식 씨와 소설 부문 당선자 윤재민 씨를 비롯해 정호승 시인, 정과리 문학평론가, 최윤 소설가 등 심사위원회와 김정욱 매일경제신문 기획실장, 안병현 교보문고 대표이사, 박동옥 교보문고 IP사업단장, 당선인 가족과 지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수상 후 단상에 오른 윤재민 씨는 “서른이 넘어 커피 일을 시작하고, 마흔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선 전화를 받고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지냈는데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더 진중히 들여다보고 한 자 한 자 소중히 쓰도록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당선자들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읽히면서도 인간 삶의 본질에 천착한 작품으로 만추문예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시 당선작 ‘자서전을 짜다’는 자신이 입고 갈 수의(壽衣)를 손수 짰던 한 여성의 일생과 그녀가 삶에서 느낀 침묵의 통증을 병치시킨 작품으로, 시행마다 깊은 은유가 염결하게 빛나는 작품이다. 소설 당선작 ‘앵무새의 탈출’은 새장 밖으로 탈출한 앵무새와 그 앵무새를 잡으려는 한 가족을 통해 삶의 불가해성과 회귀본능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시 부문 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은 시 당선작 ‘자서전을 짜다’에 대해 “인간이 생의 마지막에 딱 한 번 입게 되는 수의는 그 사람의 완성된 삶의 모습과 품위를 형성해주는 옷”이라며 “김 당선자는 수의를 통해 우리 삶의 어떤 여러 가지 질곡들을 시의 그릇에 담아 우리가 삶이란 무엇인가, 그 삶의 끝에 이르는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해준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만추의 만(晩)은 ‘늦은’이란 의미지만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은 삶을 시로 꽃피우는 기쁨 속에 살아가시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 최윤 소설가는 “올해 200편에 육박하는 작품을 심사했는데, 우리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주제와 삶의 깊이가 깃든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소설 당선작 ‘앵무새의 탈출’에 대해서는 “탈출과 귀환을 반복하는 앵무새를 둘러싼 네 명의,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가족은 어느 면으로 모두 앵무새를 닮았고, 각자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를 닮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며 “인물에 내장된 페이소스와 문제를 가시화하는 필요한 소동들의 배치와 서술 방식의 은근함, 현실을 읽어내는 시선의 방식 등이 벌써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안병현 교보문고 대표는 “새로운 작가 탄생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에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 수 있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만추가 수확의 계절이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인 것처럼 만추문예 역시 삶의 경험이 깊게 무르익어 문학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한국 문학이 오랜 시간 익어왔기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한국 문학의 전환점을 맞아 문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 매일경제신문 기획실장은 “지나온 인생의 시간을 시와 소설에 담아내 훌륭한 작품을 써 주신 두 당선자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시인으로서, 또 소설가로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점 축하드린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이 ‘텍스트 힙(Text Hip)’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읽고 쓰는 문화가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만추문예를 통해 신인을 적극 발굴하고 한국 문화예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