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점, 몇 등, 별 몇 개 … 일상 속 평가가 만든 인간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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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점, 몇 등, 별 몇 개 … 일상 속 평가가 만든 인간등급

서열 사회 마리옹 푸르카드, 키런 힐리 지음 서영찬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8000원

서열 사회 마리옹 푸르카드, 키런 힐리 지음 서영찬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8000원

아침에 눈을 뜨면 수면 점수를 확인하고, 출근길에는 내비게이션이 골라준 경로를 따른다. 점심 식당은 별점으로 추리고, 저녁에는 배달 기사와 음식점에 점수를 매긴다. 중고 거래 앱의 '매너 온도'와 신용 점수를 관리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종일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신간 '서열 사회'는 평범한 일상 뒤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새로운 계층 질서를 만드는지 추적한다. 현대인은 수면 점수, 식당 별점, 신용 점수, 중고 거래 평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 수 등 다양한 지표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수치는 선택을 돕는 정보인 동시에 개인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저자는 이렇게 개인의 활동이 즉시 기록되고 측정되는 사회를 '서열 사회'로 규정한다.

저자는 데이터 수집이 일방적인 강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용자는 무료 검색과 지도, SNS 등 디지털 서비스의 편익을 얻는 대신 클릭, 이동 경로, 구매 기록, 인간관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은 이 관계를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데이터로 답례하는 교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되지만, 동시에 개인의 등급과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취업·교육·보험·주택·금융 등의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 평가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책은 이처럼 개인의 검색, 결제, 이동, 관계 기록 등이 결합해 형성하는 새로운 자원을 '고유자본'이라고 명명한다.

책은 결국 개인별 점수와 순위가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기회와 권리를 배분하는 제도로 기능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저자는 데이터 기반 평가의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 그 결과로 발생하는 이익과 불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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