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 운영자로 알려진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정치권이 요란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론조사가 정치 브로커나 야심가들의 놀이터나 영업장이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명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여론조사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한다”며 “국민들이 여론조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가 심판의 기능, 그리고 있는 그대로 민심을 보여주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민심을 왜곡하고 민심을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선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운동을 마치 당연한 기법 중의 하나인 양 인식하는 분도 많이 계신 것 같다”며 “잘못된 것이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한 대표는 “지금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현안에 관한 사안들이 오히려 어렵지만, 여론조사의 문제를 바로잡고 정말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민심을 반영하는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찾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명씨가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한 증거라며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하며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통화는 재보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받기 직전인 그해 5월 9일에 이뤄진 것이며, 이튿날인 10일 국민의힘이 실제로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비롯해 명씨를 둘러싼 의혹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