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 쇼크… 부진한 2분기 전망치에 반도체 주가 줄줄이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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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 다시 오나
마이크론 주가 장외서 16% 급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여파
업계 “IT기기 시장 침체와 함께… 중국의 D램 저가 공세도 악영향”

주요 D램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18일(현지 시간) 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자체 회계연도 2분기(12∼2월)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겨울’ 조짐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쇼크와 맞물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주가 하락 등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대내외 리스크에 이어 한국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업황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마이크론 2분기 전망치 부진에 장외 16% 급락

이날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1분기 87억1000만 달러(약 12조6000억 원)의 매출과 1.79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주당 순이익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예상치 86억8000만 달러와 1.73달러를 각각 웃돌았다.

하지만 2분기 매출은 79억 달러, 특정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해 각각 월가 전망치인 89억9000만 달러와 1.92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4.33% 하락 마감한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16.15%까지 급락했다.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용 수요와 PC·모바일 수요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견인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하고 기존 D램 제품들이 들어가는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의 회복이 요원하다고 보는 것이다.

HBM을 제외하면 제조사들의 범용 메모리 재고 수준도 아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중심 제품군에서 고객사들이 재고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영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범용 D램(DDR4 8Gb)과 낸드플래시(128Gb) 제품 가격은 각각 전달보다 20.59%, 29.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

마이크론 전망치 부진과 맞물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 여파로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도 전일 대비 각각 3.28%, 4.63% 하락 마감했다. 연말을 앞두고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면서 다시 반도체 시장 조정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13조5643억 원에서 이날 기준 9조2888억 원으로 31.5%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8조3707억 원에서 8조481억 원으로 3.85% 줄었다.

반도체 업계에선 IT 기기 시장 침체와 함께 중국의 D램 물량 공세도 메모리 가격 사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95%에 이르지만 최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기업들의 범용 D램 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CXMT의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소비자 제품군의 출하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메모리 산업의 주가 조정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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