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입법 과제인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행정부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은 2017년부터 시행된 세금 감면 조치를 영구화하고,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면제, 국방 및 국경 보안 강화, 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
머스크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인 X(엑스)를 통해 “특별 정부 고문(Special Government Employee)으로서 예정된 임기가 끝났다”며 “낭비성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전반에 걸쳐 DOGE(정부 효율부)의 사명이 생활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AP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도 익명을 전제로 머스크의 사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머스크의 이번 결정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핵심인 ‘빅 뷰티풀 법안’을 비판한 직후 나왔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지나치게 방만한 지출을 담고 있다”며 “연방 적자를 확대하고 DOGE의 노력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동시에 두 가지를 만족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의 일부 내용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다른 부분은 매우 기대된다”며 “아직 수정 여지가 있다”고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공화당은 최근 하원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뒤 현재 상원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원의 마이크 존슨 의장은 “법안의 섬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상원의 과도한 수정에 우려를 표했다.
머스크의 우려에 공감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은 “머스크의 실망을 이해한다”며 “지출을 확실히 줄일 때까지 입법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머스크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며 “법안 수정을 위한 시간은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은 DOGE의 권고에 따라 공공방송(CPB) 예산 11억달러(약 1조 5000억원), 해외 원조 83억달러(약 11조 4700억원) 삭감 등을 포함한 예산 철회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향후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정치적 후원도 줄일 것”이라며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 머스크는 DOGE를 통해 1조 달러 규모의 지출 절감을 기대했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워싱턴의 관료제 문제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개선하려는 노력은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머스크는 한때 백악관에서 트럼프 캠페인 모자를 쓰고 직접 유세도 열 정도로 트럼프와의 밀접한 관계를 과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더라”며 “솔직히 사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역시 그에 대해 “진정한 미국의 위인”이라며 극찬했다.
머스크의 이번 비판이 입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예산 감축을 원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