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부터 정부효율부(DOGE)에 쓰는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테슬라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DOGE 수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된 완전 사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22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정부 내에서 DOGE의 주된 작업이 대부분 끝났다”며 “다음달부터 DOGE에 할애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자 테슬라 경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떨어진 193억4000만 달러(약 27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11억1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주당순이익(EPS)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줄어든 0.27달러로 시장 전망치(0.39달러)에 못 미쳤다. 순이익은 4억900만달러(약 5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71% 하락했다.
다만 머스크 CEO는 DOGE 수장 사임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막은 낭비와 부정이 다시 몰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정부 업무에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DOGE를 통해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테슬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인하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테슬라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머스크 CEO의 발언에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급등했다.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4.6% 급등한 237.97달러에 거래를 마친 테슬라 주가는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7시10분께 5.16% 상승 거래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의 머스크 CEO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머스크 CEO가 백악관을 통해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앉힌 게리 섀플리는 불과 사흘 만에 교체됐다. 최근엔 머스크 CEO가 지난달 21일 국방부를 찾아 중국과의 전쟁 발발 시 작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으려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직전에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반(反)머스크’ 정서도 변수다. 이날 CNBC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가 테슬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미 전역에선 테슬라 매장이 습격을 받거나, 테슬라 차량 및 충전소 방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에 소유하고 있던 테슬라 차량을 헐값에 매각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다만 머스크 CEO는 “밖에 있는 시위들은 매우 조직적”이라며 “사기성 돈은 받아서 시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근거 없는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