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첼리스트 에토레 파가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후
‘우승자 독점 투어’ 계약 앞세워
돌연 공연 일정 변경 요청해와
주최 측 “판매 티켓 전액 환불”
국제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이미 체결된 공연 계약이 사실상 파기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공연은 이미 공식 발표됐고 티켓도 대부분 팔려나갔지만, 연주자가 공연이 임박했음에도 항공편과 리허설 일정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주최 측은 결국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16일 강원문화재단은 오는 30~31일 예정된 이탈리아 첼리스트 에토레 파가노 공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평창대관령음악제 주최 측은 지난 4월 13일 파가노와 올해 공연 출연 계약을 체결했다. 30일 동해문화예술회관에서, 31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피아니스트 김도현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건 파가노가 5월 30일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다. 닷새 뒤인 6월 5일 파가노의 매니저는 콩쿠르 우승자 일정에 따라 오는 9~10월 한국 투어가 예정돼 있다고 음악제 측에 통보했다. 매니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SBU매니지먼트 간 협약에 따라 2018년부터 우승자의 한국 투어가 SBU를 통해 독점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첫 공연 역시 해당 투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평창대관령음악제 일정을 변경하거나 공연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음악제 측은 공연이 이미 공식 발표되고 티켓도 거의 매진된 만큼 일정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원문화재단은 “SBU 대표와 직접 접촉했지만 해당 사안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측 판단에 달려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콩쿠르 운영진에 문의한 결과 ‘SBU와 아티스트 간의 사적 계약으로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단은 공연 계약이 콩쿠르 결과 발표 이전에 체결됐으며 이후 계약이 기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파가노 측에 항공 일정 확인을 위해 두 차례 서면 요청을 했으나 회신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파가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가 아닌 아티스트 개인 자격으로 초청돼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콩쿠르 이전에 맺어진 계약은 이후 발생한 사정과 관계없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음악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현재 공연 티켓 구매자를 대상으로 희망할 경우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진행할 계획이며, 음악제 일정은 차질 없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한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및 수상자들과의 협력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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