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홍 그로쓰힐운용 대표 한양대서
투기 아닌 투자 마인드 갖춰야
미국 증시에 통째로 투자하는
S&P500 ETF가 가장 안정적
AI·에너지산업도 꾸준히 발전
"투자는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실이 나기 어려운 곳에 투자하세요. 경기 침체가 온 후 7~8개월이 지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투자를 적극 고려하세요."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서 '부자 인생, 가난한 인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투자의 시작은 숫자 분석이나 전문 자격증 취득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며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만으로도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로체스터대 경영전문대학원 과정(MBA)을 졸업했다. 1996년 우리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 '스타 펀드매니저'로 주목받으며 주식운용본부장에 올랐다. 이후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 이사, 브레인투자자문 부사장을 거쳐 2012년에 그로쓰힐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수학 박사였던 고(故) 짐 사이먼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주식 투자로 부를 쌓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40세가 되던 해 학계와 작별을 고하고 투자 인생을 시작한 사이먼스는 매년 30%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어느 한 해는 벌어들인 돈이 2조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며 "직장 연봉 외에 투자와 저축으로 균형 잡힌 현금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 등 자산군을 잘 선택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수록 부가 확장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투기와 투자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투자는 가치가 있는 대상에 하는 것이고 투기는 가치가 없는 것에 확률만 믿고 들어가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며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성공적 투자를 위해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보이는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했다.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40년간 약 36배 상승했으며 연간 퍼포먼스를 놓고 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가 전체의 78%에 달했다. 김 대표는 "미국 경기는 사이클상 침체기에 들더라도 2년 내 다시 회복해왔다"면서 "과거 지표에 따르면 침체기는 평균 13개월 정도 지속됐으며 2년 연속 하락한 경우는 7% 확률로 한 번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 매수는 침체기에 이뤄져야 승률이 가장 높다"며 "침체기에 S&P500을 샀다면 2년 뒤 100% 확률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주식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배당 등 주주환원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김 대표는 유망 업종 발굴법을 제시했다. 그는 "각 산업은 태동, 성장, 성숙, 하락의 과정을 거치는데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초기 성장 단계 산업을 발견할 수 있다"며 "2015년 한 해 편의점 주식이 3배나 상승했는데 당시 편의점 점포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산업 전체의 성장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현재 AI를 사용하는 인구가 2억명인데 그중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고객은 800만명에 불과하다"며 "아직 AI 시장은 갈 길이 멀고 우리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서 AI 데이터 시대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며 처음에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직접 구축하는 엔비디아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다음으로는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관련 기업인 SMCI 주가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의 과열 방지를 위해 냉각 시스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버티브 주가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대학생들에게 "직장인이라면 본업, 학생이라면 학업을 해치면서까지 투자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다만 안정적 투자를 통해 현금흐름만 잘 만들어도 빠른 속도로 앞서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순 기자 / 김민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