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오너일가 외식업체 품은 귀뚜라미…반년 만에 가치 ‘휴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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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귀뚜라미홀딩스의 부실한 사업 다각화 전략과 경영진의 투자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너 일가인 김미혜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업체 닥터로빈을 인수하며 지불한 프리미엄(영업권)을 반년도 안 돼 전액 손상처리한 것은 물론 태양광 사업 등에서도 인수 직후 가치가 전액 상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닥터로빈의 경우 실적 부진에 빠진 오너일가 운영 회사를 무리하게 품어주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 평가 잣대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적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귀뚜라미)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6월 닥터로빈 지배지분 확보를 위해 38억8400만원의 이전대가를 투입했다. 인수 당시 닥터로빈의 순자산가치인 33억3400만원보다 5억5000만원의 웃돈을 더 얹어 회사를 사들였다. 해당 영업권은 불과 반년 만인 지난해 말 결산 시점에서 전액 손상 처리되며 장부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닥터로빈은 '노 슈거·노 버터·노 MSG' 슬로건을 내세운 프리미엄 건강식 양식 전문점이다. 경영은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의 배우자인 김미혜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근래 들어 치열해진 외식 시장 경쟁과 순차적인 매장 리뉴얼 부담이 겹치며 실적은 크게 꺾인 상태다.

영업권은 피인수기업의 미래 수익 창출력이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지불하는 권리금 성격을 띤다. 인수 당해 연도에 이를 100% 손실로 털어냈다는 것은 애초에 회사를 비싸게 샀거나 기대했던 시너지가 전무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9억원과 3억원의 자금을 닥터로빈에 대여하며 재무적 지원을 이어왔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대상 기업의 기초체력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다소 높은 프리미엄을 책정해 인수한 직후 이를 전액 손실로 털어낸 것을 두고 부실한 가치 평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기업가치 훼손은 닥터로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귀뚜라미홀딩스가 자회사 귀뚜라미에너지를 통해 편입한 태양광 발전업체 엠에이에너지와 귀뚜라미솔라에너지 청주 역시 지난해 영업권 전액 상각이 이뤄졌다.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사들인 이종 산업 계열사들이 연이어 장부상 손실을 빚어내며 투자 전략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무리한 외연 확장은 귀뚜라미홀딩스의 연결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닥터로빈 등에서 발생한 무형자산손상차손 5억5200만원은 영업외비용으로 곧바로 반영돼 회계상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여기에 닥터로빈 자체도 지난해 9억6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연결 수익성을 갉아먹는 부실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98억5200만원으로 전년 976억8700만원 대비 69.4% 급감했다. 영업이익 역시 496억2400만원에서 458억7300만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본업의 수익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철저한 검증 없는 사업 다각화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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