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손에 급전 땡겨쓰기까지…현대건설, 7.7조 외상값에 신용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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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매출 15% 역성장 속 매출채권 7.7조 ‘눈덩이’
영업현금 1.6조 순유출에 대손충당금은 1년 새 6배 껑충
수수료 감수한 매출 채권 ‘팩토링’…5000억 CB 등 조달 고육지책
신평사 “운전자본·차입 부담 지속 시 신용등급 하향 뇌관” 우려

  • 등록 2026-06-17 오후 4:47:03

    수정 2026-06-17 오후 4:47:03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현금흐름 둔화를 겪고 있다.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받지 못한 외상값만 불어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확대와 막대한 수수료를 감수한 채권 할인 매각(팩토링)으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업계가 운전자본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를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조달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건설 계동사옥. (사진=현대건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채권은 7조6636억원으로 전년 말 6조8423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36.6% 증가한 수치다.

반면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조2813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4556억원 대비 15.7% 역성장했다. 즉 매출채권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으로 현대건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쥔 현금은 더욱 적어졌다는 의미다.

실제 연환산 매출 기준 기초와 기말 평균 매출채권을 반영해 산출한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채권 회전율은 3.46회로 지난해 말 5.11회 대비 1.65회 줄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건설은 매출채권을 회수하는데 3달 이상(105.5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71.4일보다 한 달 이상 늦은 것으로 자금이 사업장에 묶여있는 기간이 길어지며 유동성 압박과 악성 미수금 발생 위험이 동시에 커졌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회수되지 못한 채권이 장부에 쌓이면서 실제 영업활동에 묶인 자금을 뜻하는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대건설의 1분기 말 기준 순운전자본은 4조6860억원으로 전년 말(3조6229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급증했다. 매출은 역성장하는데 운전자본 부담만 가중되면서 전반적인 자금 경색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불어난 운전자본 부담은 현금흐름 악화로 직결됐다.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599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092억원) 대비 순유출 규모가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실질적으로 가용 가능한 현금흐름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2조3451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FCF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본업에서 창출된 현금으로 투자 지출과 운영 자금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외부 차입이나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수금 증가가 단순한 회수 시기의 이연을 넘어 질적 부실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말 기준 유동 공사미수금에 설정된 대손충당금(손상차손누계액)은 3724억원으로 전년 동기(648억원) 대비 5.7배(474%) 폭증했다.

지난해 결산 과정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부실을 털어냈음에도 올 1분기에만 또다시 307억원 규모의 기대신용손실이 새로 전입되며 상각 규모가 확대됐다.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던 이익이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 채권'으로 지속 전이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건설이 외부 차입과 금융비용을 수반하는 팩토링 의존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수출입은행 등과 수 조원 규모의 외화 팩토링 계약을 맺고 있다. 팩토링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할부리스사 등 금융기관에 매각 후 할인된 대금을 받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 현장의 악성 미수금을 비싼 수수료(할인료)를 감수하고서라도 금융권에 넘겨 당장의 현금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 것 역시 자체 조달력 상실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미수금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034950)를 비롯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 등 운전자본 증가 추이와 이로 인한 차입부담 확대를 핵심 하향 요건으로 삼고 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24년 46개, 2025년 28개 등 과거 주택 호황기에 착공한 물량의 준공이 집중돼 일정 수준의 운전자본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현대건설의 미수채권 규모는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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