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남들이 반도체를 볼 때, 그들은 다른 가치를 본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최근 회자되는 표현이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지속되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주요 운용사들은 시장과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AI 기술 자체보다도 AI 도입으로 수익 구조가 강화되는 자산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네이티브 아닌 '수익 구조'에 베팅하는 PEF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생성형 AI 기업에도 단순 성장성이 아니라 수익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블랙스톤은 최근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2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로써 앤트로픽에 대한 블랙스톤의 누적 투자액은 10억달러로 확대됐으며,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는 약 35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앤트로픽은 기업용 AI 모델 '클로드'를 기반으로 업무 자동화와 개발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며 빠르게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구독형 모델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수요를 기반으로 수익화 구조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1년간 기술주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에서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로 자금이 이동하며 밸류에이션이 크게 재편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섹터는 기업별 차이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조정을 겪으며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그러나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이를 단순한 리스크가 아닌 구조적 기회로 보는 모양새다. 시장이 AI 네이티브 중심의 빠른 재편을 선반영한 반면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데이터 정비와 레거시 시스템, 규제 대응 등으로 AI 도입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기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플랫폼은 AI 기능을 흡수하며 수익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사모펀드들이 AI 기술 자체보다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자산에 집중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인프라 모두 AI 수혜 구조에 집중
글로벌 PEF들이 AI 기술 자체보다 AI 도입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 자산에 베팅하는 사례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시스템인지 여부 △데이터 축적에 따른 경쟁력 강화 구조 여부 △AI 도입에 따라 실제 매출 증가로 연결되는지 여부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하고 투자를 집행 중이다.
블랙스톤 외에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퍼미라다. 예컨대 퍼미라의 포트폴리오사인 클라우드 기반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 '클리어워터'는 대규모 금융 데이터를 처리하고 규제 보고를 담당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고객 이탈이 어려운 높은 락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데이터 축적이 성능으로 직결되는 특성상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서비스 가치와 수익성이 동시에 강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퍼미라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사인 교육 행정 플랫폼 '더 키' 역시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해당 기업은 학교 등 고객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며, 학생 수 기반 과금 구조를 통해 AI 기능 확장 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투자도 같은 흐름이다. 퍼미라의 데이터센터 플랫폼 '플릿'과 같은 자산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동시에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의 이러한 접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주목하는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닌 AI 도입을 통해 매출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기업들이 AI를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단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데이터 정비와 레거시 시스템, 규제 대응 등 제약으로 인해 이를 기반으로 한 AI 네이티브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기존 소프트웨어 위에 AI 기능이 결합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신규 AI 기업뿐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 역시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어 투자 성과가 섹터가 아닌 개별 기업의 구조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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