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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추정 영업익 대폭 조정 하반기 반등 노리란 조언
올 들어 증권사 9곳 목표가 낮춰
해외 원전 본계약 등 호재 몰려
건설 대장주로 불리는 현대건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금리 인하기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이죠.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낮아진 만큼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투자해볼 만하다는 조언을 내놓습니다. 수조원 규모의 볼리비아 원자력발전(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등 하반기에 호재가 몰려있는 만큼 주가가 반등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건설은 0.76% 내린 2만6050원에 장을 끝냈습니다. 1년 새 주가가 23% 넘게 하락한 데 이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 2021년 12월 말 대비 41% 급락했습니다. 수년째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눈높이 낮춘 증권가…4분기 실적 추정치 대폭 하향
현대건설은 명실상부한 국내 건설업계 맏형입니다. 1947년 현대토건으로 설립된 이후 매년 시공 능력 평가액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리는 종합건설사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와 더불어 업계의 산 증인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자체 주택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주택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현대건설 주가에도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한 달 새 1344억원에서 1199억원으로 10.78% 줄었습니다. 현대건설의 해외 건설 사업에서 원가 상승분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집니다.
올 들어 증권사 9곳이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올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가장 낮은 목표가는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3만5000원입니다. 직전보다 5000원 낮아졌습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택 원가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2.2% 급감한 40억원으로 봤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현대건설의 지난해 추정 영업이익은 5916억원입니다. 이는 2023년 대비 25% 줄어든 수치로, 석 달 전 추정치보다 18.4% 감소했습니다. 석 달 전보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8.4%나 줄었죠. 통상 기업의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을 때 '어닝 쇼크'라고 합니다. 증권가가 현대건설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부랴부랴 낮추는 상황입니다.
하반기에 몰린 호재…주가 반등할까
올 하반기 주가 반등을 노리란 조언도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현대건설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건설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죠. 현대건설은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자금 조달 금리가 실적에 영향을 끼쳐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힙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행 3.0%인 기준금리를 인하 여부를 결정합니다. 현재 시장에선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하반기 계약잔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올해 불가리아 원전 공사 수주를 통해 계약잔액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11월 설계 계약을 따낸 현장으로 연내 본계약 체결이 예정돼 있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마찬가지로 공사비만 수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획대로 수주가 이뤄진다면 단숨에 조단위 계약잔액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총사업 규모만 19조원에 달합니다. 현대건설은 원전 2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8조∼9조원)를 맡고 있습니다.
2027년까지 뚜렷한 이익 개선이 뒤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이 올해 가양동 CJ부지, 힐튼호텔 등을 시작으로 대규모 투자개발사업들이 향후 2∼3년간 순차적인 착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나긴 우하향 사이클을 지나 이제 진정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번 분기 실적 부진은 부정적 이슈가 아니다"라면서 "실적과 주가가 저점 구간에 들어선 만큼 개선의 방향성과 그 폭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